오피니언 사설

한·중 FTA 비준 동의안, 반드시 오늘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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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국회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어제 오전에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는 FTA 보완대책과 다른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무산됐다. 여야가 오늘 오후 4시 본회의 일정을 다시 잡고 밤샘 협상을 벌여 일부 이견을 해소했다지만 비준동의안 처리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양국이 목표로 했던 연내 발효가 벼랑 끝에 서 있다.

 FTA는 국회 비준만으로 즉시 발효되는 게 아니다. 비준 뒤 행정절차에 보통 두 달이 걸린다. 한·중 양국이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고 해도 최소 한 달은 걸린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관련 법령 시행령을 개정·공포하는 데 20일이 걸린다. 이후 중국 측과 법안을 교환하고 발효일을 협의하는 데 4~5일이 추가된다. 중국 역시 국무원 승인과 관세위원회 소집, 공고 같은 준비를 하는 데 35일 이상이 걸린다. 중국 정부가 속도를 내도 30일 이내로 줄이긴 어렵다고 한다. 이런 사정과 국회 일정을 감안해 역산하면 오늘 열리는 본회의가 사실상 연내 발효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연내 발효가 중요한 건 관세 효과 때문이다. 한·중 FTA는 발효 즉시 1년차 관세를 인하하고 이듬해 1월 1일 2년차 관세 인하를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연내 발효가 이뤄지면 연말과 내년 초에 2년치 관세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FTA 적용 상품의 관세 철폐기간도 1년씩 당겨진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중국에 내는 연간 54억4000만 달러의 관세가 절감된다고 정부는 추정한다.

 관세가 아니더라도 한·중 FTA를 조속히 발효시킬 이유는 많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3분기 들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총 매출액이 사상 처음 감소할 만큼 경제 활력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둘째 경제대국이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중 FTA 비준이 막판까지 몰린 데엔 여야의 책임이 모두 크다. 야당은 농·어업과 중소기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어왔다. 야당의 지적에 일리가 있지만 무역이익공유제처럼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를 도입하고 농어촌 전기료 인하 등 FTA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요구한 건 지나쳤다. 여당도 FTA의 긍정적 효과만을 되뇌며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역사 국정교과서 강행과 대통령의 국회 비난 발언 등으로 협상 분위기를 흐린 책임도 비껴가기 어렵다.

 오늘 열릴 본회의는 이런 허물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다. 다른 쟁점 법안은 계속 논의하더라도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차는 건 국회가 해선 안 되는 행위다. 경제와 민생을 위하는 책임 있는 공당임을 여야가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