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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다” 테러 맞서 가슴에 새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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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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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가 유니폼 스폰서사의 로고 대신 ‘나는 파리다’라는 문구를 새겨 26·29일 경기에 나선다. [사진 PSG·OK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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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우리가 안산’이라는 메시지로 연고지 팬들을 위로했다. [사진 PSG·OK저축은행]

‘Je suis Paris(나는 파리다).’

파리 생제르맹, 26·29일 경기
연 307억원 계약 스폰서 로고 대신
희생자 위한 추모 메시지 담아

 프랑스 파리를 연고로 둔 프로축구단 파리 생제르맹(PSG)이 유니폼에 특별한 문구를 새기고 경기에 나선다. PSG는 24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을 담은 문구를 새긴 유니폼을 공개했다. 기존 유니폼 스폰서인 에미레이트 항공 대신 ‘나는 파리다’는 문구를 담은 PSG는 26일 말뫼(스웨덴)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조 조별리그 경기와 29일 트루아와의 프랑스 리그1(1부리그) 홈 경기에서 해당 유니폼을 입고 나올 계획이다.

 당초 PSG는 오른쪽 가슴 부위의 구단 로고 아래에 ‘나는 파리다’ 문구를 새기려 했다. 그러다 PSG의 유니폼 스폰서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양해를 얻어 아예 유니폼 전면에 ‘나는 파리다’를 새겨넣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PSG는 “선수들에게 유니폼 앞면을 선뜻 내준 에미레이트 항공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에미레이트 항공은 PSG의 유니폼 앞면에 로고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해마다 2500만유로(약 307억6000만원)씩 5년간 총 1억2500만유로를 지급하는 내용의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지만 에미레이트 항공은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자사 로고를 빼는 데 합의했다.

 지난 2011년 카타르 국부펀드의 일부인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QSI)에 인수된 PSG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스웨덴), 티아구 실바(31·브라질) 등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지난 5월 미국 ESPN이 발표한 선수 1인당 평균 연봉 순위에선 PSG가 910만달러(약 105억원)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864만달러),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859만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PSG처럼 프로 스포츠에서 공익 성격의 메시지를 담은 유니폼을 선보인 사례들이 있다.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는 2006년부터 5년간 UN 산하 기구인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로고를 새기고, 돈을 받는 대신 기부 활동에 동참했다. 바르셀로나는 연간 190만달러(약 21억원)씩 총 105억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해 왔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공익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992년과 2012년, 인종차별 및 동성애자 문제와 관련해 20개 구단 전체가 유니폼 전면에 구단 스폰서 로고 대신 ‘너의 길을 가라(Geh deinen Weg)’ ‘내 친구는 외국인(Mein Freund ist Ausl<00E4>nder)’ 등의 문구를 새겼다. 손흥민(23)의 전 소속팀 레버쿠젠은 지난 2013년 골수이식센터인 DKMS와 유니폼 단기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프로배구 V리그 OK저축은행은 2014~2015 시즌 유니폼 전면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We Ansan(우리가 안산)’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새겨넣었다. ‘기적을 일으키자’는 캐치 프레이즈를 함께 내걸었던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 만에 8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삼성화재를 꺾고 V리그 정상에 올랐다.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We Ansan’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역 내 공감을 얻어 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연고지에선 팬들을 향한 구단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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