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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이태리 타월’ 요술때장갑 ‘때르메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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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를 말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영물’이 있다. ‘이태리 타월’로 불리는 때수건이다. ‘이태리’라는 이국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때수건은 이 땅에서 태어난 고유의 목욕용품이다. 때수건이 생기고 난 뒤부터 비로소 국수 가락 같은 때를 벗겨내는 한국식 목욕법이 자리 잡았다.

목욕 필수품 때수건

1960년대 후반 부산의 한 섬유회사에서 이탈리아제 레이온 원단을 이용해 때수건을 개발하고 ‘이태리타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지만, 현재 진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70년대부터 유사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던 것을 봤을 때, 그즈음 때수건 사용이 정착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72년 11월 22일자 ‘경향신문’에 손가락장갑 모양의 때밀이 장갑 광고가 실렸는데, 이 때수건의 이름이 ‘불란서 타올’이었다. ‘이태리’를 겨냥한 의도가 다분한 작명이었다. 77년에는 손잡이 길이까지 조절할 수 있는 등밀이 목욕기구의 등장을 알리는 기사도 실렸다. 벙어리장갑 모양, 스펀지 때수건이 등장했지만 원조 때수건 이태리 타월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상품은 없었다.

90년대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때수건은 최고의 기념품이었다. 명동 일대에서 때밀이 목욕을 마친 일본인이 남대문시장에 들러 때수건을 묶음으로 사갔고,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는 10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덤으로 때수건을 줬다. 2000년대 후반에는 마찰 강도를 달리한 때수건이 출시됐다. 현재 시중에는 마찰강도 50, 60으로 표시된 때수건이 판매된다. 숫자가 작을수록 까끌까끌함이 덜하다.

99년에는 때밀이 매니어 사이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킨 때수건이 등장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빗대 ‘때르메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정준산업의 ‘요술때장갑’이다. 일반 때수건은 1장에 1000원 정도이지만, 요술때장갑은 장갑형 1켤레가 6000원, 타월형 1장이 1만2000원이다. 그런데도 한 달에 20만 개가 팔린단다. 아프지 않게 밀리고 개운함이 남다르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때수건이야 어찌 됐든, 목욕 전문가가 강조하는 바는 자신의 피부상태에 따라 때를 밀라는 것이다. 대정목욕관리교육원 김효선(51) 원장은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성급하게 때를 밀지 말고 30분 정도 탕에서 충분히 몸을 불리라”고 조언했다. 피부가 얇은 목이나 종아리를 밀 때는 세신사에게 가장 약한 때수건으로 밀어달라고 말하는 게 좋단다. 발목이나 손등 등 심장에서 먼 곳부터 때를 밀고, 배를 밀 때는 시계방향으로 손을 움직여야 속이 놀라지 않는단다. 때를 밀고 나서는 지성피부는 해초팩, 건성피부는 보디오일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도 피부 건조를 막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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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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