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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잃은 개콘 16년 전 처음처럼 도전이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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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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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콘’에는 이렇다할 유행어가 없다. 새 코너 ‘유전자’(유행어를 전파하는 자)는 “그래서 죄송하다”며 이를 역설적으로 이용한다. 틈만 보이면 각자 엉뚱한 문구를 ‘유행어’로 들이밀어 웃음을 유도한다. [사진 KBS]

때로는 수성이 창업보다 힘들다. 17년차 장수 프로그램 ‘개그콘서트’(KBS2, 이하 ‘개콘’)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1999년 첫 방송 이래 800회를 훌쩍 넘기며 인기를 누려온 국내 간판 코미디 프로이자 대표적인 오락 프로다. 헌데 최근에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전 같지 않다. 위기론이 나오는 ‘개콘’의 현재와 과거를 문화부 이후남·이지영·백성호 기자가 짚어봤다.

[TV를 부탁해] 개그콘서트
3년 전만 해도 20% 넘던 시청률
최근 들어 10%대 겨우 턱걸이
여성 외모 비하 등 소재 진부
코너 절반이 지난달 후 새로 생겨

 현재 ‘개콘’의 상황은 시청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일요일(15일) 방송의 시청률은 10.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두 자리 수에 턱걸이했다. 지상파 TV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개콘’은 3년 전만 해도 20%를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 더 큰 문제는 오랜 시청자 눈에도 재미가 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웃음 코드 대신 과거와 유사한 포맷을 답습하는 듯하다”(이지영 기자)거나 “예전에는 ‘개콘’ 전체를 떠받치는 승부처 코너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안 보인다. 각 코너가 다 그만그만한 수준”(백성호 기자)이란 지적이다. “‘개콘’을 보며 젊은이들의 연애 문화나 세태 변화 등 트렌드를 짐작하던”(이후남 기자) 강점도 최근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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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콘’을 둘러싼 환경은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 일요일 밤에 방송되는 ‘개콘’에 앞서 ‘코미디빅리그’(tvN),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이하 ‘웃찾사’)이 먼저 시청자를 찾는다. ‘웃찾사’는 올 봄부터 금요일에서 일요일로 방송시간을 바꿨다. 시청률이 서서히 올라 최근 6~7%대에 이른다. ‘개콘’과 격차가 많이 줄었다. 여기에 토요일 밤의 ‘SNL 코리아’(tvN)도 있다. 주말 코미디 프로의 선택지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개그맨·개그우먼들의 활동무대도 그렇다. 특히 “박나래·장도연·이국주 같은 개그우먼들의 활약이 다른 코미디 프로나 예능 프로에서 두드러진 마당”(이후남 기자)이라서 개그우먼의 경우 주로 외모를 웃음소재나 캐릭터 특징으로 삼는 ‘개콘’의 방식은 “진부함을 답습하는 요소”로 보인다.

 웃음과 재미라는 점에서 ‘개콘’의 경쟁자는 코미디 프로만이 아니다. 지금은 실시간 시청만 아니라 골라보기·몰아보기 시청이 보편화 된 시대다. “‘개콘’만 보면 그런대로 재미있다. 하지만 그 정도 재미있는 콘텐트는 예능에도 많다. 특히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 이하 ‘마리텔’)이나 ‘삼시 세끼’(tvN)처럼 새로운 형식의 재미있는 예능 프로가 많다. 그 새로운 재미에 비하면 ‘개콘’은 밋밋하다.”(이지영 기자)

 사실 1999년 처음 등장한 ‘개콘’은 새롭고 혁신적인 프로였다. “대학로 개그 공연의 형식을 TV에 끌어들인 새로운 포맷”(백성호 기자)은 지금으로 치면 ‘마리텔’이 인터넷 1인 방송 형식을 도입한 것에 비견될 만하다. 요즘 ‘개콘’은 형식도, 출연진도 더 이상 이종교배가 벌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007’ 시리즈와 비슷하다. 옛날에는 독보적인 장르, 첨단의 첩보물이었지만 지금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나 ‘킹스맨’이 더 재미있지 않나.”(백성호 기자)

 지금 ‘개콘’의 상황을 제작진이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일례로 15일 방송된 코너 중 절반 가량은 10월 이후 신설된 것이다. 달리 말해 새 코너를 쏟아내고 있지만, 위기론을 씻어낼 큰 반향은 아직 없는 셈이다.

 코미디는 힘든 장르다. 남을 웃긴다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고, 국내 방송환경에서는 보이지 않는 소재의 벽이 엄존한다.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 더구나 KBS의 ‘개콘’이 ‘19금 코미디’로 차별화를 꾀할 수는 없는 노릇”(이후남 기자)이다. 해법은 제작진의 몫이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앞둔 일요일 밤, 여전히 “‘개콘’이 재미없으면 우울해진다”(이후남 기자)는 시청자 기대에 부응하길 바랄 뿐이다.

정리=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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