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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대기업은 왜 시내면세점 노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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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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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얼마 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두산과 신세계가 신규 선정됐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영업을 하고 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은 왜 문을 닫아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왜 쟁쟁한 대기업들이 면세점을 운영 못해서 안달인가요.

유커 덕분 매출 걱정 없고 … 자기 건물에 입점, 임대료도 없죠

A 틴틴친구도 지난 14일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 소식을 들었군요. 그렇습니다. 틴틴친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일부 면세점은 문을 닫아야 하고, 어떤 면세점들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는 관세법상 면세점 허가권에 대한 규정이 바뀌면서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운영 중인 면세점에 대해 매 10년마다 재심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업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죠. 하지만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의무 입찰제’가 도입됐습니다. 어떤 면세점이든 5년마다 현재 운영자를 포함한 신청자 전원이 공개 경쟁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입찰에서는 기존 사업자인 워커힐면세점보다 점수가 높았던 신세계면세점이 워커힐 몫의 사업권을 따냈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몫의 사업권은 두산이 가져가게 됐죠.

시내 면세점 1호는 1973년 동화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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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대기업들이 이렇게 면세점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면세점의 역사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첫 면세점은 아일랜드의 서부 소도시 섀넌에 있는 공항 내 면세점이었어요. 1947년 브랜던 오리건이라는 사람이 고안했는데요. 당시 오리건은 유럽행 항공기와 미국행 항공기를 갈아타는 환승 손님들이 대합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환승하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출국심사를 마친 승객이 산 물건은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긴 것이죠. 그래서 생겨난 것이 세금을 면제해 주는 ‘면세 제도’입니다. 오리건은 아일랜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 면세점을 섀넌공항에 세우게 됩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비슷한 면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어요. 세계 1위 면세점인 DFS는 60년에 탄생했죠.

 국내 최초 면세점은 62년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 설치한 면세점입니다. 시내 면세점으로는 73년 서울 광화문에 생긴 동화면세점이 최초죠. 현재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는 80년, 2위인 신라면세점은 86년에 생겼습니다.

“5년마다 재심사, 글로벌 경쟁력 외면”

  면세점이 유통가의 핫 이슈가 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입니다. 틴틴친구도 예상했겠지만 유커(중국인 관광객) 덕분입니다. 전세기를 타고 단체로 와서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싹쓸이 쇼핑’을 하면서 유명해졌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화장품 업체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명품 화장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반면에 기존의 유통업체들은 매출이 정체되거나 수익이 감소했습니다. 온라인 쇼핑과 해외 직구 등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백화점·대형마트 같은 점포들은 예년만 못한 수익을 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대기업들이 ‘돈 되는’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특히나 시내면세점이 더욱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임대료 때문입니다. 인천이나 김포국제공항의 경우 임대료를 높게 써내는 사람이 사업권을 갖는 입찰 방식인 반면, 시내 면세점은 자기들이 가진 건물에 면세점을 입점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료 부담이 없지요.

 하지만 이번 시내 면세점 선정 결과를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외면했다” “면세 사업자의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을 가중시킨다” 등의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본다면 지난해 기준 세계 3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은 당장 내년부터는 4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7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이 12월 31일자로 끝나거든요.

 반면에 해외 사업자들은 꾸준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어요. 세계 1위 면세점 업체인 스위스 듀프리는 올해 세계 5위 면세점인 월드듀티프리를 인수했어요.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中免集團)은 지난해 하이난 섬 싼야에 국제쇼핑단지 면세점을 열었죠. 중국 내국인 이용도 허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면세점만 나눠먹기 식으로 5년마다 입찰을 하면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우려가 나올만 하죠.

 워커힐이나 롯데월드타워처럼 폐점해야 하는 경우에는 투자비 손실과 고용불안의 위험도 있어요. 이번에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3000억원의 투자비를 들여 개장했지만 면허를 반납하게 됐어요. 당장 여기서 근무하는 1300명(파견직 포함)의 일자리 문제가 생겨서 16일 롯데그룹 사장들이 대책회의를 하게 됐죠. 워커힐의 경우에는 아예 면세사업본부가 없어질 판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면세점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고, 관세청은 허가권 심사보다는 정책 문제나 감독에 신경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언론에서는 이번 시내 면세점 입찰로 한창 논의가 활발했지만, 정작 틴틴친구들이 체감할 수 있는 면세점 시장의 빅뱅은 다음달부터입니다. 올해 7월 발표된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 2곳, 갤러리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이 다음달 말 매장을 열게 되는데요.

갤러리아·HDC신라도 내달 문 열어

 기자는 지난 16일 여의도 63빌딩 내에 있는 갤러리아면세점 공사현장을 다녀왔는데요. G·1·2·3층 등 총 4개 층 1만72㎡(약 3000평) 규모로 이전에 없던 면세점을 콘셉트로 잡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G층(지하1층) 한 층의 규모가 5289㎡(1600평)나 됩니다. 한화 측은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지하 아쿠아리움을 방문하거나 63빌딩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를 감상하고, 또 뷔페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HDC신라면세점의 ‘DF랜드’도 다음달 23일 개관합니다. 면세점 영업면적만 2만7400㎡(8289평)에 달하는 초대형면세점입니다. 국내 2위 면세점인 신라면세점과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투자한 회사입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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