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심 폭력 시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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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선 밧줄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6만4000여 명(경찰추산)의 시위대와 차벽을 둘러치고 물대포로 무장한 공권력 간 강대강(强對强)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시위 시작과 함께 경찰차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기를 시도했고, 경찰은 물대포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60대 농민은 물대포에 맞아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렀고, 시위대와 경찰 수십 명이 부상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시내 대학 11곳에서 대입수시논술을 치른 수험생 12만여 명은 시위를 피해 수험장에 시간 내에 도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대한민국은 표현·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도심 시위와 집회도 신고만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평화적 시위와 의사 표시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행적 폭력시위와 과잉진압 같은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은 불행한 일이다. 도심 폭력 시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고,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집권세력도 도대체 왜 이런 불행한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한번쯤 돌아봐야 할 것이다. 평소에 ‘우리의 말에 귀 기울여 달라’는 호소를 경청했다면 이런 식의 과격한 의사표시는 없었을 것이다.

 이날 시위의 명분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노동개혁,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에 대한 해결책 요구였다. 우리 사회가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의견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난제(難題)들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반대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일방통행식의 상황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극단적인 증오와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모든 불법적이고 폭력적 시위에 대해 반대한다. 그러나 폭력 시위를 유발하는 ‘소통을 거부하는 권력’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에도 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폭력 시위의 악순환이 갈 길 바쁜 국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