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펴는 동시집 <11> - 개구쟁이 산복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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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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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 고목나무, 앞집 할머니 같네”
소설가 이문구의 해맑은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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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산복이
이문구 지음
김영덕 그림, 창비
194쪽, 8000원

이 동시를 쓴 ‘이문구’가 소설가 ‘이문구’ 맞다. 이문구(1941~2003)의 소설이 문학사에 우뚝 남았듯 그의 동시 또한 온전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문구의 동시는 결코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살아남은 게 아니다. ‘동시인’ 이문구는 ‘소설가’ 이문구만큼이나 뛰어나다.

 “우리 동네 큰 산은/높고 높아서/여름에 비바람/먼저 맞고/겨울에 눈보라/먼저 맞지만,/저녁에 보름달/먼저 오르고/아침에 붉은 해/먼저 오른다.”(‘큰 산’ 전문) 개성적인 소설 문체로 이름났던 작가의 면모는 동시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특히 반복되는 리듬 속에 대구와 비교로 의미가 확장되는 작품들은 ‘단순성의 깊이’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문구의 동시집은 첫 시집인 이 책과 『이상한 아빠』1·2(솔, 1997), 유고시집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창비, 2003) 총 네 권이다. 유고시집에 수록된 신경림 시인의 글엔 작가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첫 시집은 자녀를 키우면서, 유고시집의 시편은 미래의 손자 손녀를 위해 창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동시를 쓰는 일을 매우 즐거워했다고 한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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