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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미공개 그림 품은 화성행궁 옆 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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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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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개관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경. 수원 화성행궁 옆에 위치해 세계문화유산과 미술작품을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미술관 옥상도 행궁과 연결돼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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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문을 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IMA)이 경기 지역의 차세대 미술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미술 체험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인 데 이어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고(故) 나혜석의 미공개 유작 2점을 기증받는 등 수준 높은 작품들을 전시하며 미술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한 달
후손들 ‘자화상’ ‘김우영 초상’ 기증
수원시는 ‘나혜석 거리’ 조성키로
유아 미술관 탐험대, 스토리 아트 …
시민 위한 미술 체험 프로그램도

 시민친화형 미술관을 표방한 SIMA는 연간 관광객 36만여 명이 찾는 수원화성행궁 바로 옆에 자리해 접근성을 최대한 높인 게 특징이다. 연면적 9661㎡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5개 전시실과 전시홀·교육실·라이브러리 등을 두루 갖췄다. 건물도 주변 경관과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회색의 외부 벽면과 한옥 처마처럼 비스듬한 곡면을 활용한 옥상부로 화성행궁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또 행궁 방향 벽면 전체를 투명 유리창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전시작품과 행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행궁 광장과 연결된 옥상도 24시간 개방했다. 세계문화유산과 전시품을 함께 둘러보며 시공간을 초월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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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며느리 이광일씨(왼쪽 셋째)가 유작 기증 후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 10일엔 나혜석(1896~1948)의 미공개 유작 2점이 SIMA에 기증됐다. 유족들이 고인의 고향인 수원에 작품을 기증하기로 하면서다. 이들 작품은 수원 지역 첫 미술관의 1, 2호 소장품이 됐다.

 기증된 작품은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1928년작 ‘자화상’(63.5×50cm)과 ‘김우영 초상’(54×45.5cm)이다. 자화상은 팔과 몸통·어깨 등의 세밀한 묘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색채를 이용해 주인공의 인상을 표현한 게 특징이다. 작가가 젊은 시절 유럽을 일주하며 경험한 야수파와 표현주의 영향을 받았다. 김우영 초상은 전 남편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서명이 없는 미완성작이다.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두 작품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1932년 작업실 화재로 나혜석의 작품은 대부분 소실된 뒤 10여 점만 남아 있다. 이런 희귀성으로 그의 작품은 경매시장에 나온 적이 없어 가격도 추산하기 힘들다. 작품당 보험가만 5억원에 달한다. 나혜석 작품의 지역 미술관 소장 또한 처음이다.

 이날 기증식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120만 수원시민에게 최고 보물이 될 것”이라며 “나혜석 문화거리 조성 등 그의 예술세계 조망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IMA는 상설 전시공간을 마련해 두 작품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4월엔 나혜석 탄생 120주년 기념 특별전도 연다.

 SIMA는 또한 시민들이 미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아·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GO! GO! 미술관 탐험대’를 비롯해 중고생들이 직접 미술관을 제작해 보는 ‘내가 만든 미술관’ 코너 등이 마련됐다. 실버 프로그램인 ‘어르신을 위한 스토리 아트’도 인기다. 시민들이 참여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첫 월급봉투, 오래 간직해온 책 등 사연이 담긴 애장품들이 전시돼 있다. 11일에는 현대산업개발이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포니정 홀’도 문을 열었다.

글=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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