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성산일출봉서 10분 거리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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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공항이 하나 더 생겨난다. 정부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면 2025년에 서귀포시의 공항이 문을 연다. 국토교통부는 이용객 증가로 곧 제주공항이 수용 한계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판단해 제2공항 건설을 결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서귀포시 신산리 일대에 들어서는 새 공항의 면적은 약 495만㎡(150만 평)로 제주시의 제주공항(약 360㎡)보다 넓다. 길이 3.2㎞, 폭 60m의 활주로 한 개가 마련된다. 국토부는 “기존 공항을 폐쇄하고 신공항을 만드는 것보다 환경 훼손이 적고 상대적으로 공사비(4조1000억원 추정)도 적게 들기 때문에 제2공항 신설을 택했다”고 말했다. 성산 일출봉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인 신산리 지역은 제주공항에서 동남쪽으로 40㎞가량 떨어져 있어 항로가 중첩되지 않는다. 인근 지역에 비해 거주민 수가 적은 것도 국토부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서귀포시에 4조 들여 2025년 완공
제주도민 “관광 활성화될 것” 환영
신산리 주민들 “의견도 안 듣고 발표”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영향 전망도

 제주공항 이용객은 2005년 1135만 명에서 지난해 2320만 명으로 급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2830만 명, 2020년 3211만 명으로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나웅진 국토부 공항정책과장은 “2018년이면 제주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연말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주공항 확장, 제주공항 폐쇄 후 신공항 건설 등의 다른 방안도 검토했다. 제주공항을 확장하려면 바다 쪽으로 매립지 조성을 해야 한다. 환경 훼손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신공항 건설은 공사비 부담이 크다. 제주도 주민들은 정부 결정을 대체로 반겼다. 관광이 더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공항 확충 계획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항이 들어설 신산리 주변의 주민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신산리의 양재봉 이장은 “소음이 심해져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도 정부가 주민들 의견을 듣지 않고 갑자기 발표했다”고 말했다. 제주시의 제주공항 주변 상인들도 걱정을 표출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寶健)거리의 신애복 상인회장은 “공항이 둘로 나뉘면 손님이 줄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제2공항 건설 확정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산 부담 때문에 두 곳에서 공항 건설이 동시에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과 남부 신공항은 별개다. 오히려 항공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남부권 신공항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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