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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어버스, 美 보잉 물리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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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50년 동안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주도해 온 미국 보잉사가 올해 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컨소시엄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사에 1위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미국 MSNBC 방송은 양사의 그동안 계약실적과 향후 전망치를 토대로 올해 보잉사는 2백80대, 에어버스사는 2백93대의 항공기를 각각 판매할 것으로 추정했다.

1999년 보잉사가 6백20대, 에어버스가 2백93대를 팔았던 것과 비교할 때 시장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고, 최근 수년간 지속된 항공업계 불황에 따른 물량 감소분이 보잉사에만 집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열린 45차 파리에어쇼에서 에어버스가 총 64대의 신형 A380기(5백55석 규모)를 주문받은 것에 비해, 보잉의 개량형 747기(4백40석 규모)에 대한 주문량은 4대에 그치면서 에어버스의 약진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지적하는 보잉의 실패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내 승객들이 크게 줄면서 보잉사를 선호했던 미국 내 항공업체들이 신규 주문을 잇따라 취소하거나 보류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70년 첫 선을 보인 747기 이후 대형 기종에 대한 신규 개발을 등한시한 것도 보잉사 외면의 원인 중 하나다. 보잉사는 항공기 시장이 2백석 전후의 중형기 시대로 갈 것으로 보고 7E7기(2백10석.2008년 취항 예정)의 연구 개발에 많은 힘을 쏟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주요 공항이 교통체증 때문에 입항료 및 게이트 설치비용을 올리면서 항공사들은 이왕이면 한번에 더 많은 승객을 나를 수 있는 대형 항공기를 선호하게 됐다.

게다가 90년대 초 미국과 유럽의 항공기 보조금 분쟁이 벌어졌을 때 보잉사가 자신감에 넘친 나머지 에어버스 신규 기종 개발비용의 3분의1까지는 유럽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적당히 타협해준 것도 화근이 됐다. 이에 힘입어 에어버스 A380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항공컨설팅사인 틸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아부라피아는 "비행기 조종석만 봐도 에어버스는 소비자 위주로 돼 있다. 조종도 간편하고 기종이 달라도 큰 차이가 없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항공사의 조종사 훈련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보잉은 과거 독점적 지위 때문에 아직도 생산자 위주로 설계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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