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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겐 부동산 아닌 야망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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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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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아메리칸 드림을 간략하게 상징하는 것은 부자 동네에 널찍한 정원이 있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중국몽은 국가적 야심과 국민 개개인이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것도 있을까. 만약 있다면 아메리칸 드림과 가까운 모습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부동산에 집착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재산의 거의 4분의 3은 부동산이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주 예외적이다.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한 가지 불행을 낳는다. 지나친 부채다. 한국인들은 그래서 불안하다.

 한국 주택 시장에는 더욱 중요한 심리적인 차원이 있다. 최근 하와이대 양명지 교수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도시에서 아파트를 소유하는 게 한국에서 중산층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마치 복권 당첨 같기도 한 아파트 청약제도를 통해 이러한 성향을 부추겼다. 한국의 소득 피라미드에서 상층부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운 좋은 사람들은 적기·적소에 투자해 편안한 삶의 길로 들어섰다.

 결과는 기회 상실, 불평등의 심화, 점증하는 분노와 실망이다. 젊은이·중년층 할 것 없이, 주택 시장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에게 코리안 드림은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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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우려는 중산층이 되는 길이 불공정해 복권 당첨 같다는 느낌에서 나온다.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며, 헌신적으로 자녀들을 교육시키며, 능력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을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인정한다. 한국인의 이러한 특성을 지적하는 것은 진부하다. 하지만 부를 축적하는 게 복권 당첨 같다면 어떻게 한국인들이 자신들이 믿어온 가치를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사회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제기된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미국에서 불평등이 어떻게 엄청난 속도로 심화됐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소득과 임금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이 강조됐다. 한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미국 사례보다는 많지 않다. 일단 미국보다는 불평등의 정도가 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케티의 연구팀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소득 불평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피케티가 선호하는 척도는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이다. 한국의 톱 1%는 1997~98 금융위기 기간에 전체 소득의 7%를 차지했다. 2010년 상위 1%는 1년에 1억원 이상 벌었다. 전체 소득의 12%로 늘어났다. 이제 한국의 0.1%는 매년 2억9000만원 이상 벌고 한국 전체 소득의 4% 이상을 차지한다.

 1%, 5% 소득을 누리는 사람들이 부동산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격차는 더 벌어진다. 부(富)의 불평등은 항상 소득 불평등보다 더 크다. 한국의 경우 5년 전보다 불평등 심화가 현저하다. ‘세계 부(富)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상위 10%는 한국 전체 부의 60%를 차지했다. 지금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75%에 근접하고 있다.

 부의 불평등은, 특히 부동산 소유라는 눈에 쉽게 띄는 불평등은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악영향도 있다. 좋은 동네에 산다는 것은 더 좋은 교육환경, 과시형 소비문화, 그리고 여러모로 유리한 인맥과 연관된다. 특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의 대물림 현상은 소득·부·권력의 분배가 불공정하다는 느낌의 농도를 짙게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큰 희생을 치러 가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사람들은 앞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 하락은 거의 필연적이다.

 새로운 가능성도 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서울의 터무니없는 집값 때문에 한국의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것이다. 신나는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에서 지리적인 이동이 보다 활발하게 된다면 혁신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한국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지만 우선은 한국 중산층과 코리안 드림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토론은 세금과 탈세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더 낮은 계층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다 굳건한 사회보장제도를 수립해야 하며 대출 시장도 개혁해야 한다.

 현재는 코리안 드림이 지나칠 정도로 서울에 큰 평수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현 상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 부동산이 아닌 다른 야망 그리고 보다 넓은 야망으로 이뤄진 코리안 드림이 나와야 한국 국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