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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高위험 高수익 '줄타기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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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19일 마감한 삼성카드의 후순위 전환사채(CB) 공모에 2조4천억원이 몰려 최종 경쟁률이 3대 1에 달했다.

지난달 26일 국민은행은 2천억원 어치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판매한지 수시간만에 모두 팔았다. 외환은행도 2천5백억원 어치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이틀만에 팔았다.

모두 대표적인 고수익 상품들이지만 최악의 경우 원금이 떼일 수 있는 고위험 자산인데도 매번 엄청난 돈이 몰렸다. 실세금리 3%대의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 정기예금에 들어 물가상승률과 엇비슷한 연 4%대 초반의 이자를 받느니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주식은 손해볼 위험이 있고,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너무 올랐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주식·부동산보다는 안전하면서 예금보다는 이자가 많은 틈새 상품이 나오기만 하면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여지없이 몰려드는 것이다.

국민은행 김은미 재테크 팀장은 "저금리 시대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만한 상품은 얼마든지 있다"며 "그러나 고수익에는 위험도 그만큼 높다는 사실과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은 나눠야 한다는 사실만은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인기를 끄는 상품들과 은행 정기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소개한다.

◇후순위채=현재 신한은행과 수협이 후순위채를 판매하고 있다. 또 경남은행이 27일부터 나흘간 7백억원어치의 후순위채 판매에 나선다.

LG카드는 2천4백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일반 공모를 통해 7월 중 판매할 계획이며, 현대카드는 후순위채 또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후순위 CB를 하반기에 판매한다.

후순위채 발행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같은 후순위채라도 발행회사에 따라 수익률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은행권 후순위채의 금리는 대부분 연 6% 이하인 반면 카드회사 등 제2 금융권에서 발행하는 후순위채의 금리는 연 9%가 넘는다. 이는 발행회사의 신용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만기가 길다. 신한은행의 후순위채는 6년 만기이고, 대부분 만기가 5년 이상이다. 삼성카드는 지난주 공모한 후순위 CB를 23일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만기 전에 사고 팔 수 있도록 했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다면 현금으로 바꾸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후순위채는 일반무보증 회사채 등 다른 부채보다 변제 순위가 늦기 때문에 발행회사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삼성카드에 이어 현대카드가 하반기 중 계획하고 있는 후순위 CB는 만기수익률보다는 상장 가능성과 상장 후 주가가 얼마나 될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전환사채의 매력은 만기수익률보다는 상장 후 주식상승에 따른 차익에 있지만, 자칫 주가가 전환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채권=은행감독 규정의 개정으로 지난 4월부터 발행이 가능해진 하이브리드 채권(Hybrid.잡종)은 말 그대로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이다.

지난 5월 외환은행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1년짜리 정기예금의 두배 가량인 연 8.5%의 확정금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가 연 6%에 불과해 당초 예정(3천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1천1백억원어치만 판매되기도 했다.

조흥은행도 만기 10년에 5년 이후부터는 중도 상환을 가능하게 하고, 금리도 비교적 높은 수준인 연 7.8%를 약속했지만 2천5백억여원 어치를 파는 데 만족해야 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발행한 채권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 만기 전이라도 사고파는 게 가능하지만 채권매매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한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이자뿐 아니라 원금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고수익률인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는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유가증권.외상매출금 등 보유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의 일종이다. 최근 국민은행은 보유 중인 국민카드채, LG카드는 우량 카드론과 할부자산을 기초로 ABS를 발행했다.

금리는 국민은행이 연 4.9~5%, LG카드가 연 6.2%를 보장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만기는 기초자산의 만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2~5개월의 짧은 기간일 수 도 있고, 3년 이상의 중장기일 수도 있다.

ABS가 비교적 안전한 데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기는 하지만, 담보로 한 자산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원리금 상환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신용평가사가 판정한 ABS의 신용등급을 따져봐야 한다. 신용등급이 A급 이상이면 우량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조흥투신 등에서는 ABS에 투자하는 간접 펀드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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