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 배 비싼 LG세탁기, 뉴욕서 동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기사 이미지

LG전자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두 개의 세탁통을 이용해 분리 세탁을 할 수 있는 신개념 세탁기인 트윈워시의 출시 행사를 열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진 LG전자]

LG전자의 야심작 세탁기인 트윈워시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입성했다. 3일(현지시간)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매장엔 일제히 트윈워시가 진열되기 시작했다.

타임스퀘어 ‘트윈워시’ 출시 행사
특허만 457개 … 자존심 건 기술
빨래통 2개에 세탁 시간 절약
사전예약 3000대 금세 다 나가

 이날 LG전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출시행사를 열었다. 유명 안무가 조슈야 베르가스가 트윈워시의 장점인 분리세탁 등을 연출한 퍼포먼스를 했고, LG는 이 모습을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LG 광고판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빨래통이 두 개인 트윈워시의 특징을 소비자들은 한눈에 알아봤다. 주부 조엔 델루카는 “이것 봐”하면서 감탄했다. 그는 “애들이 5명인데 이렇게 위아래로 세탁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면 시간 여유가 많이 생길 것 같다”며 “정말 좋다(I love it)”고 했다. 폴비오 마테오는 “아내 대신 빨래를 할 때가 있는데, 이걸 쓰면 빨리 빨래를 끝내고 좋아하는 스포츠를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내 유통업계에선 벌써 트윈워시 확보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매장 수는 기존 프리미엄 세탁기 매장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트윈워시의 미국내 판매가는 약 2500달러(280여만원). 웬만한 프리미엄 세탁기(1200~1300달러)의 두 배다. 그런데도 사전예약 물량 3000대는 순식간에 동났다. LG전자에는 서둘러 배송해달라는 유통매장의 요구가 빗발쳤다. 선박으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결국 선박보다 운송비가 10배나 비싼 항공기로 300대의 세탁기를 공수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트윈워시의 북미 시장 대박 조짐이 LG에 던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LG 직원들은 평소에도 “세탁기는 LG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LG 세탁기는 세계 1위다. 미국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도 9년 연속 1등을 고수하고 있다. 3분기 기준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LG의 점유율은 33.6%로 2위의 배 가까이 많다. 트윈워시 개발엔 8년이 걸렸다. 2006년 스팀 세탁기 성공 직후 곧바로 차세대 세탁기 개발에 착수한 결과다. 특허기술만 457개가 구현됐다. LG는 트윈워시를 통해 세계 1등을 굳히는 것은 물론 또 한번 세탁기의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의 시장점유율보다 LG에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 효과다. 세탁기는 LG 브랜드 전략의 핵심 축이다. 세탁기의 주된 소비자는 주부다. 가족을 돌보는데 세탁기는 필수품이다. “주부 입장에선 남편보다 고마운 것이 세탁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부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제품 구매 결정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각종 조사는 주부의 신뢰를 얻으면 가족 전체가 그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탁기의 성공은 TV와 모바일 부문에서 LG 브랜드가 처한 상대적 열세 만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미국법인장은 “트윈워시의 성공이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