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신이 고용한 여직원 추행한 혐의 30대 사업가 벌금형

중앙일보

입력

자신이 채용한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30대 사업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상습 성추행과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퀵서비스 회사 사장 김모(35)씨에게 벌금 10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12월 여직원 A(당시 28세)씨와 B(당시 40세)씨를 보름 간격으로 연달아 채용했다. 몇 주가 지나자 김씨는 이들에게 치근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3명 모두 미혼인 상태였다고 한다. 먼저 피해 대상이 된 쪽은 A씨였다. 김씨는 택시에서 A씨의 손과 어깨를 주무르며 “결혼하자”고 했다. 그는 동시에 B씨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사무실에서 틈만 나면 손을 잡거나 뒤에서 갑자기 껴안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

A씨는 2014년 1월 사표를 냈지만 B씨는 이후에도 김씨에게 10여 차례 추행을 당했다. B씨는 법정에서 “당장 생활비가 급해서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14년 3월에도 B씨에게 치근대다 B씨가 거부하자 소파에서 넘어뜨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둔 B씨는 A씨를 찾아가 함께 김씨를 고소하자고 제안했다.

법원은 김씨가 B씨를 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B씨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이거 성추행이에요”, “저를 ‘자기’라고 부르지 마세요. 사장님’ 이라고 여러 차례 말하며 확실한 거부 의사를 밝힌 점이 인정됐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 대한 추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김씨와 손잡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거나 함께 술을 마시는 등 다정하게 지낸 정황을 감안할 때 성추행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봤다.

박 판사는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추행한 범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다만 범행 이후 또 다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점을 참작해 책임 있는 가장으로 거듭날 기회를 주려고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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