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검찰총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중립과 공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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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수남 대검 차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김 후보는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기획조정실장 등 특수수사와 기획 분야를 두루 거쳤다. 검찰의 ‘빅 3’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냈다. 경력이나 능력으로 볼 때 김 후보가 검찰을 무난히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새 총장은 필연적으로 험한 격랑을 맞게 돼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와 대권 후보 간의 치열한 정치적 대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때마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의 시험대에 섰다. 1997년 김태정 검찰총장은 김대중 대통령후보 정치자금 수사를 유보키로 결정했다. 김 총장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김 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2002년 대선 전에는 김대업씨의 이회창 후보 장남 병역비리 폭로 사건이 터져 나왔다. 검찰이 대선 후 발표한 수사 결과에서 김씨의 거짓말로 드러났지만 이회창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2007년 대선 직전엔 이명박 후보의 BBK사건 수사가 벌어졌다.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내려진 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피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승리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상대방의 흠집을 잡아 고소·고발전을 벌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면 검찰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피하는 길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뿐이다. 또 정권의 입맛에 맞춘 무리한 수사로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대한변협이 26일 “검찰은 하명수사, 기획수사 등 불공정 수사와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새 총장은 정치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똑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총선·대선을 치를 검찰총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능력에 앞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