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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아이유에 장악된 서울시?" 새 서울 브랜드, 논란 가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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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새로운 서울브랜드로 선정된 `I.SEOUL.U`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로 선정된 ‘I.SEOUL.U’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문법에 맞지않는 콩글리쉬", "예산만 낭비한 것 같다", "국어 사용 조례를 어겼다"는 비판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서울광장에서 브랜드 선포식을 열고 ”최종 후보작인 ‘SEOULMATE’와 ‘SEOULING’을 제치고 ‘I.SEOUL.U’가 서울의 새 브랜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I.SEOUL.U’는 사전 시민투표에서 4만9189표(36.5%), 천인회 시민 심사단 682표(59.8%), 전문가 심사단 9표(100%)를 얻어 총 58.21%의
지지를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여는 등 브랜드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시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새 브랜드를 놓고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SEOUL)이 아이유(I,U)에게 장악된 모습을 형상화’, ‘아이 서울 우유’ 등 새 브랜드를 비꼬는 듯한 인터넷 패러디물도 속속 등장했다. 대학생 안도현(25)씨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다“며 "브랜드 디자인도 별다른 고민 없이 만들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취임 이후 줄곧 사용해 온 공식 브랜드인 하이서울(Hi-SEOUL)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낙원 브랜드리딩 대표는 “지자체장이 바뀌면 브랜드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도시 브랜드가 마치 지자체장의 슬로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서울산업진흥원에 따르면 ‘Hi Seoul’ 브랜드의 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4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번 브랜드 교체에 예산 4억원, 민간 비용 2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로고 등을 새 것으로 바꾸는 데 드는 직접적 비용만 따진 것이다.

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 국어사용 조례’를 어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시 국어사용 조례 6조 1항은 “시장은 시 주요 정책사업 명칭에 관한 사항을 자문하거나 심의하기 위하여 ’국어바르게쓰기 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어바르게쓰기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서울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국어바르게쓰기 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은 전혀 없었다”며 “서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우리말과 한글이 아니라 영어와 로마자로 표현한 구호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 브랜드 교체의 계기 중 하나로 “‘Hi Seoul’에 덧붙은 ‘Soul of Asia’(아시아의 혼)라는 표현이 2006년 중국에서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민기 서울브랜드추진위원장은 “최근 도시 브랜드는 시민들이 공유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열린 형태로 발전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아이서울유’는 서울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시민들이 스스로 발전시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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