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턴기자가 만난 취준생들, “지금 코가 석자, 국민연금 낼 돈이 어딨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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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고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한 달에 최소 8만9100 원의 보험료를 넣으면 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늘어나는 구조라서 일찍 가입할수록 나중에 받는 연금이 커진다. 하지만 많은 청년들은 자신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에게 “직장이 없어도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가요.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답도 한결같았다. “그래도 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청년들은 “지금 당장 쓸 돈도 없어서 국민연금을 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이종배(26)씨는 “조금이라도 일찍 가입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소득이 없는 상황이라 그럴 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부모님께 돈을 타 생활하는데 아버지가 은퇴했기 때문에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 취업을 희망하는 윤동원(24)씨는 “한 달에 9만원도 너무 크다.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내가 벌어서 내가 쓸 돈을 마련한다. 입사시험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을 해야 해서 아르바이트도 이번 달 까지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도 심각하다. 민간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김모 씨(27)도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을 엉뚱한 곳에 끌어다 쓸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3) 씨는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연금 수령 연령을 못 올릴 것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차모(22)씨는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을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낸 돈으로 노년층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다. 40년 뒤에는 생산가능인구와 노인인구가 1 대 1이 된다는데, 그러면 내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오래 낼수록 노령연금이 커진다. 한국의 젊은이는 평균 23.5세(2013년 기준)에 첫 직장을 갖는다. 외국에 비해 매우 늦은 편이다. 선진국은 젊은이들의 연금가입기간을 늘려주기 위해 이런 저런 지원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은 학창 시절 소득이 없을 때 보험료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20세에 일단 국민연금을 가입해두고 취업 전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후에 직장이 생기면 낼 수 있다. 독일은 기술훈련?학업기간까지 크레디트(불입기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인정한다. 전문학교에 다니거나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 최대 8년까지 보험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준다. 이 제도를 위한 재원은 국고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처럼 교육기간을 연금가입기간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일본처럼 취업 후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한국 취준생들의 연금 가입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다혜(고려대 영문4)·오진주(서울대 노문4)·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booooo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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