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12월 미국 금리 인상설 …“다음 회의서 적절한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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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해를 넘길 것으로 확신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꺼져가던 12월 금리 인상의 불씨를 되살려놓았다.

Fed, 금리 동결했지만 문구 조정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도 완화
3분기 성장률 예상보다 낮은 1.5%

 Fed는 28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행 제로 수준(0~0.25%)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금리 동결은 예상됐던 내용이다. 지난번 회의인 9월 이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3분기 경제성장률도 연율로 1.5%가 나왔다. 직전 분기(3.9%)의 절반도 안된다. 시장이 주목했던 것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힌트’였다. Fed는 2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마법을 부렸다. 지난달 성명서에 대한 약간의 문구 조정으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사회생시켰다.

 그 중 하나가 “다음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 결정하겠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다. 다음 회의는 12월 15~16일이다. Fed가 성명서에 특정 시점을 명시한 것은 7년 만이다. 그만큼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인다.

 또 하나는,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내려놓은 점이다. 지난달 Fed가 금리 인상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은 차이나 쇼크가 일으킨 글로벌 경기 불안 때문이었다. 당시 Fed는 성명서에 “최근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이 미국의 경제활동을 다소 제약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 같다”는 표현을 담았다. 이번에 Fed는 이 문장을 삭제하는 대신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Fed의 마법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선물시장의 12월 금리 인상 전망이 32.4%에서 48%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잉해석은 금물이다. 선물시장의 반전에서 포인트는 48%라는 수치다. 연내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이들이 아직도 절반 이하라는 의미다. 시장은 여전히 Fed가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신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명서에 문구가 빠졌다고 해서, 해외 경제 사정이 미국 경제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 6.9%에 그쳐 7% 달성에 실패했다. 유로존은 아직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해외 시장의 부진은 미국 제조업을 압박한다. 9월 신규 일자리가 14만2000개에 그친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게다가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강달러가 촉발한 수입물가 하락은 인플레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Fed라고 모를 리 없다. 퇴로를 만들어놓았다. “노동 시장이 좀더 개선되고, 인플레가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로 상승할 것이란 합리적 확신이 설 때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쉽지않은 조건이다. 특히 인플레는 목표와 현실 간 괴리가 더 크다. 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8월 상승률은 0.3%에 불과하다. 지금으로선 실업률 하락이 인플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Fed는 신뢰의 딜레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옐런은 그간 여러 차례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해 왔다. 그렇다고 제시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인상 버튼을 누를 수는 없다. 금리를 올리든 올리지 않든 신뢰 문제가 제기된다. 딜레마는 금리를 올려도 좋을 만큼 지표가 호전되면 풀린다. 12월 FOMC 회의까지 Fed는 고용과 인플레 성적표를 각각 두 번 더 받아들 기회가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하현옥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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