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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바라는 DTI 한도는 30% … 대출 인심 박해지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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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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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 부담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DTI)이 13% 이하라면 무리 없이 갚을 수 있는 수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30% 이하.’

금융위 ‘안심주머니앱’ 기준 보니
현재 규제한도 60%보다 훨씬 낮아
13%이하는 무리 없이 갚을 수준

 26일 금융위원회가 선보인 ‘안심주머니 앱’이 가계의 적정 대출 규모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이에 따르면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권장 대출 한도’(20년 원리금 분할 상환)는 9000만원, ‘안전상환 가능 한도’는 2억2502만원이다.

 대출자의 소득과 원리금 부담을 비교해 대출 가능 액수를 제한하는 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다. 당국은 그간 DTI의 한도만 지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간접적으로나마 당국이 바라는 ‘이상적 수준’까지 제시한 셈이다. 현재 수도권의 평균 DTI는 6월 말 기준으로 34.5%다. 규제 한도(60%)보다는 낮지만 평균치조차 이른바 ‘안전상환 가능’ 수준을 넘어선다. 앞으로 대출 한도를 현재만큼 넉넉히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안심주머니앱은 스마트폰에 다운받으면 ▶대출 조건별 원리금 부담▶소득 수준에 따른 적정 대출 규모▶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앱이 적정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가계가 무리 없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권장 한도, 그리고 금리 급변동 등 위기가 닥치더라도 상환할 수 있다고 보는 안전상환 기준이 그것이다. 각각 구체적 DTI는 13%, 30%가 적용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에 바람직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주거비 부담이 과다한 가계를 가려낼 때 ‘연소득의 40%’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넘어서면 이른바 위험가구다. 이 주거비에서 다른 요소를 빼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 따져보면 대략 30%가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비 부담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심주머니앱은 금융위가 7월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의 후속 조치다. 핵심은 이자만 갚는 대출을 줄여 원금을 갚아나가게 만들고,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도 보다 꼼꼼히 따져 대출 한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DTI 한도를 꽉꽉 채워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자에게 규정상 한도보다 중요한 건 은행이 얼마나 깐깐하게 심사하느냐 여부다. 그리고 이런 은행의 태도에 암묵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당국의 이른바 ‘정책적 의지’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DTI 한도는 이전보다 완화됐지만 평균 DTI는 오히려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가계 대출 죄기에 나서는 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나서면서 최근 전세계 금융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금융당국이 DTI를 실질적으로 낮출 핵심 도구로 도입하기로 한 건 ‘스트레스 금리’, 그리고 DSR(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다. 스트레스 금리는 대출 한도를 정할 때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대략 정상금리에 1%포인트를 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그만큼 대출 한도는 줄어들 게 된다. DSR은 DTI의 확장 개념이다. DTI는 원리금 부담을 따질 때 주택담보대출 외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기타 대출은 이자 부담만 떼서 반영한다. 하지만 DSR은 기타대출도 원금 상환 부담까지 더한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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