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암 투병 여성 공무원 1억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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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희 주무관.

암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미혼의 여성 공무원이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경남 사천시 엄경희(44·행정 6급)씨가 주인공이다.

엄씨는 최근 (재)사천시 인재육성 장학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고 25일 사천시가 밝혔다.

엄씨는 8년 전 유방암이 발병해 여러 차례 힘든 수술을 했으나 최근 암이 다른 장기에도 번져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사천시 교육지원담당 김영운씨는 “여러 차례 힘든 수술에도 굴하지 않고 병마와 싸워 하루빨리 직장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엄씨는 이달 중순 23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는 명예퇴직을 하면서 평소 검소한 생활로 차곡차곡 모아온 저금과 퇴직금을 모아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어려운 생활환경에 있는 젊은 인재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쳐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변 공무원에게 전했다.

엄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고모 밑에서 외롭게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공무원이 된 뒤에는 항상 직장과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고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공무원 시절에는 예산안과 예산절감 방안 마련 등 예산분야에서 업무실력을 발휘해 행정자치부 장관상 두 차례, 경남도지사 표창 한 차례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인 송도근 사천시장은 “힘든 투병생활에서 하루빨리 쾌차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엄씨의 뜻에 따라 장학금을 젊은 인재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사천=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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