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샌디스크 인수 … 1조 실적 SK하이닉스 주가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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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7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트리플 크라운’(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을 달성하며 부활의 날개를 펼친 데 이어 올해도 화끈한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로 앞으로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모바일 D램 판매 늘고 환율 덕에
7분기 연속 1조원대 이익 냈지만
시장 과열 우려에 주가 연일 약세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1조38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4조9250억원으로 14.2% 늘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28%·21%다.

 실적 개선의 원동력은 우호적인 환율 덕분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거래 대금으로 주로 미국 달러화를 쓰는데, 최근 원화가치가 내려가면서 SK하이닉스의 이익이 1500억원 정도 늘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바일 D램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회사는 “스마트폰 성장은 정체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업체들의 하드웨어 혁신이 활발하고, 신흥국에서도 교체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 이후에는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단기적으로 수요가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실적은 증권업계의 전망을 웃도는 수치다. 그럼에도 주가는 지난 16일 이후 4일 연속 내리막을 걸으며 8% 넘게 하락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면서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낸드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낸드 메모리 세계 4위인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 자본의 힘으로 투자를 늘린다면 낸드시장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사장은 “중국 업체가 등장하고, 인텔이 시장에 재진입하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본원적인 경쟁력인 D램과 낸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도 위협이다. 샌디스크를 인수한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HDD)가 주전공이다. 그러나 PC 수요가 줄면서 HDD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선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의 낸드를 활용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SSD는 삼성전자가 40%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장이다. 또 샌디스크는 제조·설계·솔루션 분야에서도 원천 특허를 갖고 있어 2008년 삼성전자가 인수를 추진했을 만큼 ‘알짜’ 반도체 기업으로 꼽힌다.

 칭화유니그룹의 샌디스크 우회 인수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의 연장선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국이지만 자급률은 20%에 불과하다. 한국·미국 등 1위 그룹과의 기술격차도 크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00억 위안(약 21조원) 규모의 ‘중국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하고 지원에 나섰다. 또 다양한 중국 기업·펀드들이 세계 반도체 생산·설계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D램 분야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까지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중국 자금의 유입으로 당장 샌디스크가 증설에 나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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