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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최고령 선발승' 손민한의 '물집투혼'… 노장이 NC의 대승 이끌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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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최고령 선발승 손민한[사진 일간스포츠]

 
PS 최고령 선발승 손민한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피칭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결국 이겨냈다. 손민한(40·NC)이 포스트시즌(PS) 최고령(40세9개월19일)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손민한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에서 5이닝 동안 3피안타·2실점(1자책)으로 16-2 승리를 이끌었다. 16점은 PO 사상 최다 득점, 14점은 최다 점수 차 기록이다. 시리즈 첫 판을 내주고 두 판을 내리 이긴 NC는 한국시리즈(KS) 진출에 1승만을 남겨 놓고 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두 자릿수 승리(11승6패)를 기록한 그에게도 PS 무대는 쉽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1회 말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고 볼넷 2개를 줘 2사 만루에 몰렸다. 이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편이어서 손민한의 코너워크가 잘 통하지 않았다. 최주환을 2루수 직선타로 잡고 위기를 넘겼지만 2회 말 또 흔들렸다. 2사 1루에서 정수빈에게 동점 3루타를 맞았고, 2루수 박민우의 실책으로 1-2 역전을 허용했다.

 그래도 NC 불펜은 텅 비어 있었다. 김경문(57) NC 감독은 마운드에 외롭게 서 있는 손민한을 믿었다. 이후 손민한은 코너워크에 집착하지 않고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다.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내 범타를 유도하기 위한 변화였다. 그의 피칭은 두산 타자들의 조급함을 건드렸다. 5회까지 탈삼진 없이 아웃카운트 15개를 모두 범타로 잡았다. 투구 수 77개 중 직구가 17개에 불과할 만큼 손민한의 피칭은 변화무쌍했다. 그는 5-2로 앞선 6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잡혀 이민호에게 공을 넘겼다.

 두산 선발 유희관(29)도 최고 수준의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지만 대선배를 이기지 못했다. 유희관 역시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고전했고 3회 1사까지 6피안타·4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는 타자 바깥쪽을 집중 공략했고 평소보다 빠른 공을 던지려 했다. NC 4번타자 테임즈는 1-2이던 3회 초 1사 1·2루에서 동점타를 날리며 유희관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어 이호준은 두산 두 번째 투수 노경은으로부터 3-2를 만드는 역전타를 날렸다. 이어 이종욱·손시헌의 연속 적시타가 터졌다. NC는 두산 불펜을 상대로 7회 5점을 뽑아내며 대승을 완성했다.

 김경문 감독의 뜻대로 시작되고 마무리된 경기였다. 그의 계산은 손민한으로부터 시작됐다. 최대 승부처인 3차전 선발로 김 감독은 젊은 이태양(22·10승5패) 대신 손민한을 선택했다. 심리적 압박이 크고 변수가 많은 PS에서는 힘보다 지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손민한은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두산 타자들의 성급함, 3차전이 주는 부담감을 노련하게 요리했다. 김 감독은 그 점을 신뢰했다.

 1997년 롯데 입단 후 부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손민한은 어깨 부상으로 부진하면서 2011년 방출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었던 손민한은 비리에까지 연루돼 그를 받아주는 팀이 없었다. 김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2013년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한 손민한은 그해 5승, 지난해 4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올해 마흔 살이 된 손민한에게 충분한 휴식을 줘 가며 기용했다. 그는 휘청거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정규시즌 11승을 거뒀고 PS 3차전에서 1승을 추가했다. 손민한이 PS에서 승리를 거둔 건 99년 PO(2승) 이후 16년 만이다. 지난해까지 일곱 번이나 PS를 치르면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김 감독에게 천금 같은 승리였다. 22일 열리는 4차전 선발은 NC 해커, 두산 니퍼트다.

PS 최고령 선발승 손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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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최고령 선발승 손민한[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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