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머피의 저주, 벼랑에 몰린 컵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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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

1989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영화 ‘백투더퓨처2’. 85년에 살던 주인공 맥플라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 10월 21일 미국에 도착한다. 영화 속 미래는 현재가 됐다. 미국에서는 이날을 ‘백투더퓨처 데이’로 정하고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영화도 25년 만에 재개봉한다. 미국인들은 상상으로 그렸던 미래와 현재를 비교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3경기 연속 홈런 메츠 타자 머피
70년 저주 부른 염소 이름도 머피
한 번만 더 지면 월드시리즈 좌절

 영화 속 상상 중 단연 화제가 됐던 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우승이다. 맥플라이가 도착한 시카고 시내의 전광판에는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문구가 뜬다.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1908년이 마지막이었다. 45년 이후에는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면서 컵스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염소의 저주’는 45년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에서 생겨났다. 염소 목줄을 파는 빌리 시아니스가 ‘머피’ 라는 이름의 염소와 함께 입장한다. 그러나 시아니스는 경기 도중 염소 악취가 난다는 관중의 항의로 구단 관계자에 의해 쫓겨난다. 시아니스는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고, 컵스는 거짓말처럼 그 이후 월드시리즈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올 시즌 컵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팬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컵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피츠버그를 물리쳤고,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세인트루이스마저 꺾었다. 팬들은 영화처럼 이번에야말로 염소의 저주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컵스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 올랐다. 그러나 컵스가 올해 ‘염소의 저주’를 풀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컵스는 NLCS에서 뉴욕 메츠에 3연패를 당했다. 컵스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건 1·2·3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린 메츠의 타자 대니얼 ‘머피’다. 쫓겨난 염소와 이름이 같다. 컵스는 ‘백투더퓨처 데이’인 21일(현지시간) 열리는 4차전에서 패하면 다시 한번 저주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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