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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홈런쇼 끝 … 이삿짐 싸는 넥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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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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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목동 시대가 막을 내렸다.

내년 시즌부터 고척돔이 홈구장

 넥센은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회까지 9-2로 앞서다 9회에만 6점을 내주며 9-11로 역전패했다. 이날 4차전은 넥센이 목동 홈구장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가 됐다. 내년부터 넥센은 10월 완공된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히어로즈는 수원구장 대신 목동에 둥지를 틀었다. 1989년 지어진 목동구장은 처음부터 외야 관중석이 따로 없었다. 히어로즈가 입주하기 전엔 주로 아마추어 야구 대회가 열렸다. 규모도 작은 편이다. 좌우 펜스까지의 길이가 98m, 가운데 펜스까지는 118m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은 가운데 펜스까지의 거리가 125m다. 그래서 목동구장은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 구장인 쿠어스필드처럼 ‘타자 친화형’으로 분류된다. 올 시즌 목동구장에서 열린 72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200개로 경기당 2.78개꼴이다. 2위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나온 181개다.

 작은 구장에서는 외야수에게 잡힐 만한 타구가 홈런으로 연결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목동구장에서 나오는 짧은 비거리의 홈런에는 ‘목런(목동구장+홈런)’이라는 달갑지 않은 애칭이 붙었다. 13일 준PO 3차전에서 터진 서건창(26)·김하성(20)의 솔로포는 모두 펜스를 살짝 넘어간 비거리 120m 짜리 ‘목런’이었다. 야구장 주변에 자리 잡은 아파트 단지로 인해 기류가 형성되고 외야 쪽에 내리막 경사가 있기 때문에 홈런이 많이 나온다는 주장도 있다.

 2011년 목동구장에서 나온 홈런 수는 74개, 2012년엔 83개에 그쳤다. 그러나 2013년 염경엽(47) 감독이 부임한 이후 홈런 수가 세 자릿수(111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96개로 증가했다. 염 감독은 박병호(29)·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 등을 앞세운 막강 타선을 구축하며 선 굵은 야구를 펼쳤다. 크기가 작은 목동구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장타자들을 키워냈다. 한 시즌 홈런 20개를 넘지 못했던 이택근(35)·김민성(27)·유한준(34) 등은 이지풍(37) 트레이닝 코치의 지도 아래 파워를 키웠다. 팬들은 넥센의 강타선을 수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 ‘어벤저스’에 빗대 ‘넥벤저스(넥센+어벤저스)’라고 불렀다. 넥센이 올 시즌 기록한 팀 홈런은 203개로 프로야구 전체 1위다. 이 중 목동에서 절반이 넘는 117개(57%)를 쳤다.

 박병호는 4년 연속 홈런왕(2년 연속 50홈런)을 차지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40홈런을 터뜨린 장타력을 인정받아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넥센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목런’도 ‘넥벤저스’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고척스카이돔은 규모(좌우 펜스까지의 길이 99m, 가운데 122m)가 목동구장보다 크다.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내년 시즌에는 수비를 강화해 지키는 야구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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