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영토 확장의 요소를 외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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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32강전 C조> ○·박영훈 9단 ●·스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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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보(113~123)=바둑은 마음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승부다. 선각들이 ‘명경지수(明鏡止水)의 평정한 마음가짐으로 승부에 임하라’고 당부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오래 전 박영훈이 예선대국에서 노장기사에게 패한 뒤 스승 최규병 9단에게 야단맞는 장면을 목격한 기억이 난다. 그때 스승은 제자가 노기사에게 패한 결과를 꾸짖은 것이 아니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방심을 향해 마음의 회초리를 휘두른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이 대국에서 보여준 스웨의 마음가짐이 어딘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착수는 일류의 그것이 분명했으나 이따금씩 최선의 방향을 비껴갔다.

 박영훈이 대국 종반 초입까지 이렇게 쉽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의 승부리듬이 절정에 오른 까닭이겠지만 거기에 스웨의 불안정한 리듬이 보태진 것도 틀림없다.

 상변 13부터 20까지는 쌍방 최선의 절충. 백은 견실한 확정가를 얻었고 흑은 좌중앙 일대에 영토 확장의 벽을 쌓고 경계비를 세웠다.

 그랬으면 중앙 21, 22를 선수교환한 뒤 ‘참고도’의 수순을 밟아 영토 확장을 서둘렀어야 하지 않을까. 흑의 처지에서는 이곳이야말로 ‘반상최대’의 곳인데 정작 스웨의 손은 우하귀 23으로 향했고 그게 문제였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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