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생존 가능성 있다” … 검찰, 밀항 경로부터 다시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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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조원대 다단계 사기극을 벌인 조희팔씨에 대해 검찰이 위치 추적에 나섰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로를 파악 중이다.

밀항 전문가 불러 개입 여부 조사
강신명 경찰청장은 “첩보 없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13일 부산시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J씨를 소환 조사했다. 그는 과거 밀항에 수차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세월호 사고 때도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밀항 가능성을 수사하던 검찰이 J씨를 불러 밀항에 개입되지 않았는지 조사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씨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 두고 밀항한 때부터 경로를 뒤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씨가 다단계 관련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2008년 12월 충남 태안군의 작은 항구에서 7000만원을 주고 어선을 빌려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씨에 대해서는 경찰이 “2011년 12월 중국 웨이하이(威海)의 호텔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공안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유족들이 찍은 장례식 동영상 등이 근거였다. 이와 관련, 강신명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조씨와 관련해) 생존 반응이라고 할 만한 구체적인 첩보 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이어 “(살아 있다면) 누군가는 접촉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첩보 형태로 나온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받은 첩보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조씨가 사망했다는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한편 조씨의 범죄수익금이 투자된 회사에 2008년 당시 돈을 투자한 경찰관이 대구에만 10명 이상이었고 이 중 현금 7000여만원을 투자한 간부 경찰관 등 2~3명이 아직 현직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한 회사는 플라스틱 제조업체다. 이달 초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모(51) 전 대구경찰청 총경이 조씨에게 받은 9억원을 투자한 곳이다. 7000여만원을 투자한 대구경찰청 A경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당시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있던 직원 김모씨가 ‘곧 상장될 것’이라며 투자를 제안해 주식을 샀다”며 “권 전 총경 외에도 당시 경찰관 여러 명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최측근 강태용(54)씨로부터 차량구입비 명목 등으로 직접 돈을 건네받은 전직 경찰관이 지난 8월 구속된 사실도 13일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 동부경찰서에 근무하던 안모(45) 경사는 2006~2009년 강씨에게서 여덟 차례에 걸쳐 차명계좌로 5600만원을 송금받았다. 그에게 돈을 건넨 강씨는 중국에서 쌍꺼풀수술을 하는 등 성형수술을 하며 도피생활을 했다.

대구=김윤호·차상은 기자, 유성운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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