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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DC형 퇴직연금 권장하는 건 위험” … “너무 안정적 운용하면 연금 메리트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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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의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 때문에 직장인의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입법조사처는 “정부의 퇴직연금 정책은 퇴직금 원금 손실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위 국감서 국회 보고서 논란
입법조사처 “퇴직금 손실 가능성”
최 부총리 “근로자에게 선택권 줘야”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금 원금에 손실이 가지 않도록 안정적인 투자를 한다. 보전하기로 약정한 금액(최종 월급여×근속연수)에 미치지 못하면 원금을 보장한다. 반면 DC형은 약정 금액이 없다.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잘못 투자하면 퇴직금 원금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원금 보장이 안 되지만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DC형 퇴직연금 활성화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2022년까지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면서 40%로 제한했던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상한선을 70%로 높이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은 현재 시행되고 있다.

 이후 DC형 퇴직연금이 증가 추세다. 지난 3월 현재 DB형이 69.2%, DC형이 22.6%로 여전히 DB형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비해 DB형은 1조361억원 감소하고 DC형은 1조510억원 늘었다. 입법조사처는 “영세 기업일수록 DC형을 선호하고 있어 영세기업 근로자부터 적정 수준의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401K’로 불리는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은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당시 30%의 투자 손실을 냈다. 일본에선 2012년 퇴직연금을 운용하던 AIJ가 파산해 88만 명이 90%의 퇴직금을 날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연금 활성화 대책이 미국의 401K를 모델로 한 거냐”는 박광온 의원의 질문에 “유사한 취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 너무 안정적으로만 운용해 원금만 가져가선 연금 가입 메리트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 운용사는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연간 5조원대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것으로 입법조사처는 전망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운용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DC형 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과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통제해 DB형 위주로 퇴직연금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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