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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3823%, 한국서 훌쩍 큰 샤오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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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직장인 정모(42)씨는 요즘 샤오미(小米)에 푹 빠져있다. 하루 몇 시간을 잤고, 이 중 숙면한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바로바로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샤오미의 미밴드를 사고부터다. 1만9000원짜리 미밴드는 만보기 기능은 물론 문자나 전화 알림 기능까지 갖췄다. 수요가 많아 주문하고도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제품이 만족스러워 불만은 없다. 정씨는 “간단한 기능만 갖춰 사용하기 편리한 데다 가격·디자인까지 마음에 든다”며 “샤오미 스마트폰이나 체중기도 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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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내달 스마트폰 팹플러스 한국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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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IT(정보기술) 기기 열풍이 거세다. 불과 1년 남짓한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열풍의 진원지는 샤오미다. 이 회사가 샤오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원가 이하로 내놨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미 파워뱅크’가 그 시작이었다. 국산 제품이라면 통상 5만원을 훌쩍 넘길만한 제품이었지만 샤오미는 이를 2만원도 안되는 값에 중국 시장에 내놨다. 생각보다 제품이 좋다는 의미로 이 제품엔 ‘대륙의 실수’란 별칭이 따라붙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이 국내에도 돌면서 구매대행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곧이어 미밴드, 스마트폰인 홍미노트, 이어폰, 체중기까지 흥행을 이어가면서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 샤오미 관련 카페도 생겼다. 9월 기준 네이버의 샤오미 카페는 124개나 된다. ‘샤오미 스토리’란 카페의 회원수는 12만3000명에 이른다. 중국의 미펀(米粉·샤오미 팬)과 비교하기엔 적은 숫자지만 국내서도 샤오미 ‘팬덤’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온라인 판매와 입소문이 샤오미 고속성장의 핵심이란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내서 약진하는 중국 IT기업
보조배터리·밴드 … 없어서 못 팔아
레노버, 노트북 업체 중 성장 최고
드론 제조 3개사 매출 1248% 뛰어
경쟁업체보다 싼 가격, 기능도 좋아

 오픈마켓인 11번가가 집계한 샤오미 브랜드 제품의 매출은 올 들어 8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23%나 폭증했다. 정식 한국법인조차 설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성장세다. 11번가의 서혜림 휴대폰·액세서리담당 MD는 “샤오미 미밴드는 국내에 9월 8일 정식 런칭된 후 4시간만에 1500개가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샤오미 제품은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실력’으로 불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국 IT 기업들의 약진은 샤오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레노버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2005년에 한국 법인을 설립한 지 불과 10년만에 레노버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음으로 일부 노트북 제품군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성장세는 더욱 거세다. 레노버는 11번가를 통해 판매되는 노트북 브랜드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43%)을 기록했다.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레노버는 다음달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도 얼굴을 내민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서 공개한 ‘패블릿’ 제품인 ‘팹플러스’다. 이 제품은 화면 크기가 6.8인치로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선 가장 크다. 풀HD(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탑재해 극장 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팹플러스가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는 게임을 즐기는 20대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자주 쓰는 30~40대 소비자다. 가격은 30만원 선으로 레노버는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IT기업인 에이서는 ‘아스파이어 스위치 10E’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지난 6월 말 국내 출시한 이 제품은 50만원대로 노트북과 태블릿 겸용이다. 한 번 충전해 최대 12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10인치 화면에 무게가 1.19㎏에 불과한 것이 입소문을 탔다.

 에이서 관계자는 “프리미엄 디자인을 적용해 출시 2달 만에 5차 물량까지 완판했다”고 설명했다. 20만원대 가격으로 내놓은 아스파이어ES1 시리즈 노트북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에이서는 “필요한 기능만 넣을 수 있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물류비와 인건비 등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가격혜택을 주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중국계 기업들의 인기행진은 무인항공기 ‘드론’ 시장에서도 불고 있다. 올해 가장 인기있는 IT 기기로 떠오른 드론은 중국 3사가 인기를 독식하고 있다. 11번가가 집계한 DJI테크놀로지와 시마(SYMA), MJX 등 중국 드론 3사의 매출 성장세(올 1~8월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248%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DJI테크놀로지는 ‘드론계의 애플’로 꼽히는 회사로 깔끔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드론 시장을 키우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이 회사의 팬텀 시리즈는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중 팬텀3는 국내에서 17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화웨이, 한국 서비스센터 50개로 늘리기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이자, 안방인 중국 시장서 삼성전자를 누른 화웨이도 시나브로 국내 시장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07년 한국화웨이 설립을 통해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과 서버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지난해 스마트폰 X3로 국내 시장에 정식 명함을 내밀었다. 최근엔 전국 42개 서비스 센터를 5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서비스’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한국화웨이는 올 1월 업계에선 처음으로 택배와 퀵 서비스를 활용해 ‘찾아가는 무상 스마트폰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켈빈 딩 한국화웨이 대표는 “앞으로 한국의 스타트업을 포함한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대학장학금을 지원해 한국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노린 행보도 발빠르다. 화웨이는 구글과 손잡고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마시멜로우를 최초로 적용한 스마트폰 ‘넥서스6P’를 30일 공개했다. 넥서스폰 중에선 처음으로 메탈 소재를 사용했고, 항공기에 쓰이는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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