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소득상한선 올려 노후연금액 높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회의가 시작됐다. 이 기구는 5월 공무원연금 개혁의 부산물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을 50%(현재 40%)로 올릴지, 소득 사각지대를 어떻게 줄일지 등을 논의하게 돼 있다. 23일 2차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논의가 있었다. 국민연금 소득상한선을 올리는 안이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상한선을 올려 노후연금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시도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 같아 좋은 결실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국회 ‘연금 사회적 기구’ 소득상한선 논의
‘용돈 연금’ 오명 벗기 위한 첫 단추
재원 마련 위한 보험료 인상도 다뤄야

 국민연금 소득상한선은 421만원이다. 월 소득이 1000만원이더라도 421만원으로 간주해 9%(직장인은 회사가 절반 부담)를 보험료로 낸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331만원(7월 기준)인 점에 비춰볼 때 턱없이 낮다. 1995~2010년 15년 동안 임금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상한선을 360만원으로 묶어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 상한선을 올리면 보험료가 올라가는데 이게 걱정돼 방치했다. 상한선에 걸려 있는 가입자가 235만 명으로 95년의 15배가 됐다. 전체 가입자의 14.3%에 달한다.

 상한선이 낮으면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낮아져 연금액 상승을 가로막는다. 소득이 올라가면 보험료를 더 내고, 노후에 받을 연금액도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15년 동안 이게 고장 나 있었다. 그 결과는 ‘용돈 연금’이다. 25년간 보험료(상한선 소득)를 내봤자 노후 연금이 82만원밖에 안 된다. 최소 노후생활비(160만원, 적정 생활비는 225만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공무원연금 소득상한선은 국민연금의 두 배인 840만원에 달한다. 그러니 국민연금의 몇 배가 되는 연금을 받는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는 국민은 절반도 채 안 된다. 국민연금밖에 기댈 데가 없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16%(지금은 9%)로 올려야 한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손쉽고 명분이 있는 게 소득상한선 조정이다. 사회적 기구가 ‘소득대체율 50%’를 잘 풀어낸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득상한선 조정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2013년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65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만지작거린 적이 있다.

 무조건 올려서는 곤란하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가 1년 당겨진다. 이게 별게 아닌 것 같지만 돈으로 따지면 무려 650조원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개혁의 원칙은 기금 고갈 시기(2060년)가 변하지 않는 재정 중립이다. 이를 지키려면 약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이런 장치 없이 소득 상한선만 올리면 미래 세대에게 650조원을 떠안기게 된다.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생산적 논의를 거쳐 개혁안을 제시해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