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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산비리는 반국가 범죄, 청와대는 제발 뿌리 뽑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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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 25 가지 중 4가지의 이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차기 전투기(FX)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기를 선정한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KF-X 사업은 우리의 하늘을 우리 손으로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숙원이던 공군력 자립을 위한 첫걸음이다. 그래서 8조1547억원(생산비 포함 20조원 이상)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40대를 도입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에 7조3000여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것도 KF-X 사업을 위한 기술 확보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청이 4가지 기술은 이전할 수 없다는 미국 입장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한 것은 방산 부실을 넘어 군 통수권자와 국민에 대한 기만 행위다. 기술의 자체 개발이나 제3국 도입을 위해 국민의 세금을 더 투입하거나 국방력 증강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부실화할 우려마저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대형 사업이 방사청의 부실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청와대의 국정관리에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청와대는 방사청의 부실 계약 과정을 샅샅이 조사해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실·비리 혐의가 발견되면 즉각 사정당국에 넘겨 법에 따라 엄중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방산 부실·비리는 군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떨어뜨리고 국방력 증강계획을 지연시키는 반국가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도 내놔야 한다.

 청와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KF-X 사업뿐 아니라 방위사업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툭하면 터지는 방산 부실·비리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청와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