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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량 6400대 9년은 먹고살지만 그래도 혁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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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파리 에어쇼에서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회장(왼쪽)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에어버스의 최신 친환경·고효율 항공기인 A350의 조종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에어버스]

항공 산업은 경제성장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다. 에어버스는 향후 20년간 항공 수송량이 연평균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회장은 “항공기 추가 수요만 4조9000억 달러(약 5830조원)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3> 브레지에 에어버스 회장
엔지니어 → 공무원 → CEO 브레지에 회장의 미래 경영
섬유동체로 연료 25% 절감 … CO₂ 50% 줄일 것
런던~뉴욕 1시간30분 음속 4배 ‘콩코드2’ 추진
중국·러시아 예비 경쟁자 위협적이지만 두렵진 않아

 에어버스와 보잉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이 시장을 양분해 온 ‘빅2’다. 빅2를 비롯한 제조업체 전반을 강타한 글로벌 화두가 ‘친환경’이다. 그는 “20년 내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50% 수준까지 줄이려 한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점진적인 발전과 ‘대변혁(big splash)’을 위한 혁신을 함께 추진한다”고 말했다.

 점진적인 혁신은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방문한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본사 공장에선 에어버스의 최신 중대형 항공기인 A350XWB(eXtra Wide Body)가 ‘민낯’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도 항공기 몸통의 절반 이상이 강철의 은색 대신 초록빛을 띠었다. 강철보다 강하지만 무게는 가벼운 특수섬유다. 경쟁기인 보잉777보다 연료 효율을 25% 이상 높인 비결이다. 그는 “2060년, 2070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새로운 경량화 소재, 공기역학 구조 기술, 신규 엔진, 대체연료 개발 같이 친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이슈를 통합해 다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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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변혁’을 위해 에어버스가 준비하는 무기 중 하나가 전기 항공기다. 그는 미래 항공시장에 전기 항공기가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안 될 이유가 있느냐(Why not?)”고 반문했다. 자동차시장에서 성장을 의문시했던 하이브리드카·전기차가 무서운 속도로 자리를 잡는 것처럼 전기 항공기가 하늘길을 오갈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큰 규모를 가진 민항기는 기존 엔진을 전기 엔진으로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엔진·배터리 기술에서 큰 돌파구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지상에서 움직일 때 쓰는 보조동력장치(APU)만 해도 수년 내에 전기 엔진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10년 내는 어렵겠지만 2050년까지는 반드시 단거리용 전기 항공기를 만들 겁니다.”

 에어버스는 ‘콩코드2’로 불리는 초고속 항공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음속의 4배인 마하4(시속 4896㎞) 이상의 속력을 내는 항공기다. 이 항공기를 상용화하면 현재 항공기로 7시간 걸리는 뉴욕~런던(5585㎞)을 1시간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다. 미국 특허청은 올 7월 콩코드2의 특허를 허가했다.

 그의 혁신 일기는 ‘비즈랩(Biz Lab)’으로 이어졌다. 스타트업(신생 창업체)에 에어버스가 뿌리는 대변혁의 씨앗이다. 항공 산업이 아니라도 좋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해 에어버스 전문가들이 6개월 동안 기술·재무·법률·마케팅 전반을 가르치는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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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툴루즈에 비즈랩 1호가 문을 열었다. 독일 함부르크와 인도에서도 실험을 이어 갈 예정이다. 최근엔 실리콘밸리의 몇몇 스타트업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그는 “구글·아마존 같이 우주와 드론 산업에 발을 들이려 하는 회사의 기술과 정신, 사업 모델은 우리에게도 큰 영감을 준다”며 “우리가 가려는 주 경로(main track)와 관련 없는 소규모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의 생각과 창의성에 문을 열면 내부적으로도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2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거듭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왜 혁신인가.

 “국내총생산(GDP)이 3% 오를 때 항공 수송량은 5~6% 뛴다. 자칫 시장 수요를 대는 데 안주하기 쉽다. 에어버스만 해도 앞으로 9년간 밀린 주문량(6400대)만 처리해도 될 정도다. 그래도 혁신에 매달리는 건 혁신이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위험을 감수하는 데 재미가 있어 새로운 항공기를 만들겠나. 항공기시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새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예비 경쟁자가 많다. 중국·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이들 신규 경쟁자는 위협적이지만 두렵진 않다. 꾸준히 혁신하며 경쟁력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

 -한국 기업도 혁신에 목말라 한다.

 “아마도 누구보다 많은 혁신을 하고 있을 거다. 다만 혁신의 성과를 기업의 서랍장에 넣어둘 게 아니라 고객과 끊임없이 나눠야 한다. 우리의 일은 결국 혁신을 이뤄내는 동시에 실제 혁신의 과실을 누릴 소비자와 가깝게 소통하는 것이다.”

툴루즈(프랑스)=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파브리스 브레지에=1961년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났다. 80년 명문인 에콜 폴리테크닉을 10등 이내 성적으로 졸업했다. 1983년 크레이 말빌 원자력 발전소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프랑스 산업부·농업부 공무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 이후 군수업체인 마트라 디펜스, MBDA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유로콥터 회장,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2년 에어버스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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