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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병원 권신욱 대표-류큐대 의대 마쓰시타 학장, "차병원그룹 줄기세포 상용화 연구 세계 정상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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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보형 객원기자. 21일 경기도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를 찾은 류큐대 의과대학 마쓰시타 마사유키 학장(왼쪽)이 일본 차병원 권신욱 대표와 함께 지하 1층에 위치한 줄기세포 보관탱크를 둘러보고 있다.]

줄기세포는 천의 얼굴을 지녔다. 장기, 혈관, 신경 등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해서다. 차병원그룹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줄기세포의 ‘명가(名家)’다.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대 의대 줄기세포 연구진이 차병원그룹을 찾았다. 경기도 판교의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류큐대 의대 마쓰시타 마사유키 학장은 "차병원그룹의 줄기세포 연구 역량과 시스템은 이미 세계 수준”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차병원 권신욱 대표와 마쓰시타 학장이 줄기세포가 열어갈 재생의학의 미래와 상용화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했다.

대담 일본 차병원 권신욱 대표-류큐대 의대 마쓰시타 학장
일본 재생의료 강자
차병원그룹과 손잡고
줄기세포 연구 기대

권신욱 대표=재생의료는 미래의학을 밝히는 메가트렌드다. 1998년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확립된 이래 줄기세포를 안전하고 값싸게 만들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은 성숙한 인간의 체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해 역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이하 iPS 세포)’기술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마쓰시타 마사유키 학장=2012년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이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iPS 세포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안전하고,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일본 내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은 전에 없이 높다. 정부도 미래 성장전략으로 줄기세포를 선정하면서 예산 지원을 늘렸고, 줄기세포를 재생의료에 쉽게 이용할 수 있게 관련법도 제·개정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삼출성 황반변성’(망막에 혈관이 자라면서 시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에 걸린 70대 여성 환자에게 자신의 피부로 만든 iPS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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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주로 수정란을 활용한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다. 차병원그룹은 세계 최초로 성인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 치료제를 개발해 일부 환자에게서 시력 개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마쓰시타 학장=일본에서 차병원그룹은 불임보다 재생의료 연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류큐대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비롯해 세포 치료 상용화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차병원그룹을 찾았다. 일본에서 iPS 세포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iPS 세포는 다른 줄기세포보다 분화 속도가 빨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임상시험 비용도 건당 5000만 엔(약 4억9000만원)에 달한다. 경제성을 고려해 타인의 세포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완료 시기는 미지수다. 차병원그룹은 다양한 연구로 줄기세포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높이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권 대표=류큐대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마쓰시타 학장=대학에 설치된 재생의료센터에서 교수진과 제약사 등이 함께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혈관 재생, 유방 재건 등에 관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iPS 세포는 교수별로 실험실 수준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성과 창출을 목표로 맞춤형 환자 치료가 가능한 세포 치료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일본 차병원[도쿄셀클리닉(TCC)]의 세포 치료와 암 면역치료, 안티에이징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아서다. 류큐대가 위치한 오키나와는 일본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차병원그룹의 연구·진료시스템을 도입해 향후 국제 의료 거점 병원으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권 대표=재생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 못지 않게 산업과의 연결고리도 중요하다. 차바이오컴플렉스의 경우, 산학연 융합연구소로 연구자와 산업 관계자가 한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마쓰시타 학장=공감한다. 일본은 기초 연구에 강점이 있지만, 이를 응용하거나 상품화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의료 분야에 수입 대비 수출액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많은 의료기관을 방문했지만 차바이오컴플렉스 같은 바이오 융복합 연구시설은 본 적이 없다. 민간 주도로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차병원그룹과 류큐대 간 교육·연구·산업 등 폭넓은 교류가 이어지길 바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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