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America] 땅끝으로 가는 길, 찬란한 햇볕과 바다에 취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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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아름다운 키웨스트는 ‘선셋 시티’라 불린다.

‘끝’이라는 말에 홀렸다.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반도의 끄트머리에 있는 섬 키웨스트(Key West)를 찾아간 이유다. 무언가 끝나는 지점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정서에 끌렸다. 키웨스트가 자랑하는 풍경은 다음 두 문장으로 갈음한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이 섬을 사랑해 10년을 살았다. 섬까지 가는 길은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Discover America ⑩ 키웨스트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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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남부 해상도로에서 가장 긴 다리 ‘7마일 브릿지’. [사진 키웨스트관광청]

키(Key)는 작은 섬 혹은 암초를 뜻한다. 스페인어 ‘Cayo’에서 유래했다. 플로리다 만 바깥에 수백 개의 섬이 늘어서 있다. 이걸 플로리다 키스(Keys)라 한다. 1912년, 플로리다 본토와 수많은 섬을 연결해 키웨스트까지 가는 철길이 생겼다. 하나 35년 허리케인으로 철길이 크게 손상됐고, 50년대에 들어서야 1번 국도의 한 구간으로 길이 재탄생했다. 182㎞ 길이의 해상 도로는 무려 42개의 다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긴 다리는 영화 ‘트루 라이즈’에도 나왔던 ‘7마일 브리지’로 길이는 11.2㎞에 달한다.

해상 도로를 올라 처음 들르는 섬이 ‘키라르고(Key Largo)’다. 산호초가 아름다워 스노클링 명소로 통한다. 특히 ‘존 펜켐프 산호초 주립공원’은 다이버라면 한번쯤 가고파 하는 서핑 성지로 통한다.

서쪽으로 계속 달리면 낚시 명소 이슬라모라다(Islamorada), 돌고래와 바다거북이 수시로 출몰하는 마라톤(Marathon) 등 근사한 섬이 연이어 나타난다. 굳이 키웨스트까지 가지 않고 작은 섬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하이라이트는 키웨스트다. 해상 도로를 3시간 가까이 달리면 마침내 키웨스트에 다다른다. 섬은 크지 않다. 면적 13.6㎢로, 서울 종로구보다 작다. 하나 한 해 방문객이 200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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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남단 표석. 쿠바까지 불과 90마일(약 144㎞) 거리다.

키웨스트에서 가장 먼저 가 볼 곳은 구시가지다. 형형색색의 스페인·캐리비언풍 건물이 늘어선 모습만으로도 매혹적이다. 예쁜 갤러리와 박물관, 카페만 둘러봐도 몇 날 며칠이 모자란다.

미국 최남단의 조그만 바다 마을에 수많은 갤러리가 들어선 건 20세기 초, 경제 대공황 때 집값 싼 곳을 찾아 많은 예술가가 몰려들면서다. 지금 키웨스트는 미국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로 통한다.

낮에는 박물관, 밤에는 클럽으로

헤밍웨이가 10년간 살았던 집이 박물관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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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 구시가지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헤밍웨이 박물관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세 번째 부인과 31년부터 40년까지 살았던 집이다. 헤밍웨이는 이 집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고, 바닷사람들과 어울리고 낚시를 즐기며 『노인과 바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작가는 고양이 20여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지금도 박물관 곳곳에서 40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관광객과 어울려 논다.

헤밍웨이 박물관 길 건너편에는 1825년에 만든 키웨스트 최초의 등대가 있다. 약 20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소담한 키웨스트의 풍경을 360도로 볼 수 있다. 키웨스트를 찾은 관광객 대부분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 있다. 아담한 해수욕장 사우스 비치 옆, 미국 최남단임을 알려 주는 표석 앞에서다. 여기서 쿠바까지 거리는 불과 90마일(약 14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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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의 대표 해산물 소라고둥(컹크)으로 만든 샐러드.

키웨스트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쿠바·멕시코 등 다양한 음식 문화가 어우러져 먹을거리도 넘쳐난다. 소라고둥 즉, 컹크(Conch)로 만든 음식은 꼭 먹어 봐야 한다. 한때 키웨스트를 ‘컹크 공화국’이라 했을 정도로 유명한 해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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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음악과 다과를 즐기는 선셋 크루즈.

키웨스트는 일몰도 아름답다. 맬로리 광장(Mallory Square)에서 보는 석양도 멋지지만 선셋 크루즈를 타 보기를 권한다. 돛을 높이 올린 배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술과 다과를 즐긴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바 ‘슬러피 조’.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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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는 낮보다 밤이 화려하다. 클럽과 바를 순회하며 컨트리, 하드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흥겨운 밤을 즐길 수 있다. 구시가지 두발 스트리트(Duval St)에 클럽과 바가 몰려 있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던 바 ‘슬러피 조(Sloppy Joes’s)’가 가장 인기다.

한적한 숙소 찾는다면 헉스 케이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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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 여행의 단점은 비싼 숙소다. 하여 종일 키웨스트에서 신나게 논 뒤, 섬 밖에서 묵는 이들이 많다. 해상 도로의 한 중간, 덕키(Duck key) 섬에 있는 헉스 케이 리조트가 대표적인 인기 숙소다. 섬 전체를 리조트로 쓰고 있는 헉스 케이 리조트는 1958년에 문을 열었다. 호텔형 객실이 177개, 빌라형 타운 하우스가 250개 있다.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 즐겨 찾는다. 어린이 전용 수영장도 있고 스노클링, 낚시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즐길 수 있다. 바다 쪽에 거대한 산호 수영장이 있고, 돌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hawkscay.com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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