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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둠’ 고든 창 “중국 위기 땐 인도 웃고 한국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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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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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닥터 둠(Doctor Doom)’은 위기의 전령이다. 늘 위기를 경고해서다. 평온할 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게 그들의 숙명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008년 위기 이전까지 ‘위기의 외판원’으로 불렸다. ‘일어나지도 않을 금융위기를 팔러 다니는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최고의 경제 분석가로 꼽힌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차이나 리스크 분석(상)
“30년 좋은 시절 끝나 … 자본 유출, 부실자산 쌓여
집중된 권력은 충격에 약해, 그중 하나가 경제”

 요즘 중국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한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인 고든 창(章家敦·64)이다. 그는 『중국의 몰락(The Coming Collapse of China)』의 지은이다. 미국과 유럽 비즈니스 리더들 사이에서 ‘중국에 관한 가장 불온한 책을 쓴 사람’으로 불린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그는 중국이 불안해지자 미국 경제 매체들이 가장 많이 인터뷰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본지는 논란의 대상인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전화로 인터뷰했다.

 - 중국 최대 불안 요인은 무엇인가.

 “난 중국이 더 이상 평온한 사회가 아니란 점이 가장 두렵다. 요즘 각종 시위가 해마다 20만 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

 - 어느 나라나 시위는 일어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장악력이 의심스럽다. 시위를 거칠게 진압하고 있다. 하지만 불만이 커지자 부정부패 척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요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부패 투쟁이 중국인의 불만이 크다는 간접 증거다.”

 - 최악의 사태는 무엇일까.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재스민 혁명에서 비즈니스 리더가 얻어야 할 교훈이 하나 있다. 철권통치 국가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창의 예상대로 중국의 정치 불안이 발생하면 파장은 거대하다. 영국 금융그룹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최근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정도가 중국의 정치 불안이 주변국 등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 그런데 철권통치도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은 너무 일반적인 말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리더십이 왜 약한가.

 “권력이 공산당에 너무 집중돼 있다.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집중된 권력은 충격에 약하다. 그 충격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적 변수다.”

 - 무슨 말인가.

 “최근 30여 년 동안 이어진 중국 수퍼 사이클(Super Cycle·고도 성장기)이 끝나고 있다. 요즘 자본이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수출은 시원찮다. 양질의 노동력도 늘지 않고 있다. 부실 자산이 금융권에 쌓이고 있다. 중국의 좋은 시절(sweet spot)은 이제 끝났다.”

 - 좋은 시절이 끝났다고 정치 불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 자체가 1990년대 말 닷컴거품만큼이나 부실한 성장이었다. 많은 중국인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꿈이 실현되기도 전에 좋은 시절이 끝나고 있다.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나 나빠질 수 있을까.

 “한국 등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큰 나라의 경영자는 중국발 글로벌 침체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건 완곡하게 하는 말이다. 내심 난 중국 때문에 30년대식 위기가 일어날 것만 같다.”

 - 너무 비관적이다. 당신이 양치기 소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껄껄 웃으며) 잘 알고 있다. 위기가 실제 일어날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봐라. 실제 성장률이 중국 정부의 공식 성장률(7% 선)보다 훨씬 낮다는 게 정설이다.”

 - 위기 순간 주변국은 어떻게 될까.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릴 것이다. 한국과 대만·홍콩·브라질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인도와 멕시코·베트남은 중국 위기 때문에 이익을 볼 나라들이다. 위기 순간 중국을 이탈한 기업이 인도와 멕시코 등으로 갈 수 있어서다.”

 창의 부모는 중국 장쑤성 출신이다. 그는 중국계로선 드문 중국 비관론자인 셈이다. 그의 예측이 적중하면 그는 월가 사람들이 말하는 ‘닥터 둠’ 반열에 오른다. 원조 닥터 둠은 1929년 대폭락을 예측한 로저 뱁슨이다. 또 투자은행 메릴린치 설립자인 찰스 메릴도 대공황을 예상하고 주식을 처분해 재산을 지켰다. 그 밖에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경고한 마크 파버 글룸붐&둠 발행인도 빼놓을 수 없는 닥터 둠이다.

 - 중국 정부가 파국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 너무 개입하고 있다. 덩샤오핑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시장화 정책의 후퇴다. 부채가 부실화하면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할 태세다.”

 - 그래서 현재 부채 거품이 걱정 없다는 전문가가 많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빚을 중국 정부가 떠안으면 재정 상태는 그리스처럼 나빠진다. 부실채권 문제가 재정위기로 전염될 수 있다. 이 또한 위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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