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딸 친구에게 "같이 자고 싶다" 문자 보낸 50대 집유

중앙일보

입력

딸의 친구에게 ‘같이 자고 싶다’는 등 성적수치심을 주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아버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딸의 친구인 A(24ㆍ여)씨에게 ‘같이 자자’는 문자를 보낸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성폭력 치료 8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 놀러온 A씨에게 “같이 자고싶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A씨는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김씨는 “나와 함께 자고 있던 내 아들을 좀 돌봐달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A씨에게 ‘혼자서 20년을 홀로 보내다 보니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성추행범이 되면 딸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이 될 거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근거로 김씨에게 성적인 의도가 있다고 봤다. A씨 역시 “예전에도 김씨로부터 추행을 당한 적이 있어 해당 문자메시지를 받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박 판사는 “자신의 딸의 친구에게 ‘같이 잠을 자자’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것을 넘어 자신의 죄를 회피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히려 피해자를 맹렬히 비난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판사는 다만 “초범이고 문제된 문자메시지가 한 차례에 그친 점, 문언 자체로는 처벌해야 할 필요성의 정도가 아주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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