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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디어 콘퍼런스] “디지털 혁명시대, 언론 역할 더 중요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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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창립 50년 기념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0년 동안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보 홍수’ 시대에 필요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본지 창간 50년(22일)을 맞아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중앙 50년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디지털 혁명은 전 세계 뉴스 미디어 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며 “이런 때일수록 올바른 정보를 식별하고, 정확하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가치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내일로 통하다 KNOW WAY OUT
박 대통령, 중앙일보 창간 50년 미디어 콘퍼런스 참석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역사 고비마다 국가의 길 제시”
홍석현 회장 “뉴스 홍수 속 전통 언론 새 가치 찾아야”

 박 대통령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대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미디어가 융·복합되면서 언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며 “많은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잘못된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 나갈 위험에 노출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정보 전달과 계도로 국민의 역량을 집결하고, 공정하고 건강한 비판으로 국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등대의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미디어 산업이 국민의 신뢰 속에 더 크게 발전하고,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선도해갈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창간 50년을 맞은 본지에 대해선 “지난 50년 동안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며 “다양한 정보 제공과 건전한 비판으로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국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 왔고 국민 통합과 한반도의 갈등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5분여의 축사 동안 DDP ‘알림1관’을 가득 채운 방청석에선 두 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기립해 환송하는 국내외 내빈의 손을 일일이 잡아 답례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현기환 정무·주철기 외교안보·안종범 경제·김성우 홍보 수석 등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민경욱 대변인도 함께 했다.

 본지는 이날 미디어 산업의 ‘내일’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개회사에서 “많은 정보가 진위 구분 없이 인터넷의 바다에 떠다니고, 뉴스의 홍수로 수많은 ‘정보 이재민’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전통 언론이 위협받는 혼돈의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는 것이 진정한 미디어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잡초란 아직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식물일 뿐”이란 말을 인용해 “선각자에 의해 진가가 새로이 발견된 잡초는 하루아침에 약초가 될 수도, 화초가 될 수도 있다. 이 자리가 약초와 화초를 구분할 미디어 플랫폼을 발견하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콘퍼런스의 주제는 ‘내일로 통하다(KNOW WAY OUT)’였다. 디지털 격변기에 직면한 미디어 산업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의미이자 ‘출구가 없다’는 의미의 ‘No Way Out’에 대한 과감한 반어적 표현이다. 홍 회장은 “우리가 구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고, 친숙함이 아니라 설렘과 낯섦이며, 여론이 아니라 내일의 예언”이라며 “여론을 중시하지만 그에 영합하지는 않겠다. 다수 의견을 존중하되 소수 예언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50년 전인 1965년 9월 22일 본지의 창간 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본지는 당시 1면에 실은 창간사에서 “사회의 앞길을 밝히고 그에 필요한 노력의 방법을 다 같이 자유롭게 토의하고 발전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신문 창간의 원뜻”이라며 “먼 앞날에 비추어 오늘의 문제를 다루고 근시안적인 오늘에만 국한시킴이 없이 언제나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현존 상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뚜렷한 방향을 좇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는 ‘신문이 나아갈 길’ ‘뉴스룸의 미래’ ‘뉴스미디어의 그린라이트’ ‘뉴미디어 시대의 개척자’ 등 4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강연자로는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NYT) CEO, 얼 윌킨슨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사무총장, 토니 매덕스 CNN 인터내셔널 총괄부사장, 마이크 펄리스 포브스미디어 사장 겸 CEO를 비롯해 홍 회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홍정도 JTBC·중앙일보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첫 연사는 NYT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마크 톰슨이었다. 이어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닛케이)의 야마자키 히로시(山崎浩志) 온라인편집국 본부장은 “기술이 모든 걸 바꿔나가 상상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현재를 진단했다.

제3세션 ‘뉴스미디어의 그린라이트’는 홍 회장이 좌장으로 토론을 진행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토론자인 뉴스코프의 나리세티 부사장은 “페이스북과 구글 등 거대 IT(정보기술) 기업에 미디어의 핵심 자산인 콘텐트와 데이터를 너무 쉽게 넘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 인터내셔널 앵커인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는 “앞서 대통령이 (축사에서) 언론의 등대 역할을 얘기했는데, 결국 저널리즘이란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것”이라며 “양질의 저널리즘을 위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세션은 국내 미디어 리더들의 자리였다. 마지막 연사인 홍정도 대표이사는 “우리는 흐름을 좇는 언론사가 돼 신문과 모바일·인터넷·TV 등 전 매체에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50년간 중앙일보에 몸담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산증인인 김영희 대기자를 무대에 올리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김 대기자는 “의무감 없는 저널리즘은 냉소주의고, 수익이 없는 저널리즘은 파산을 부른다는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차별화된 콘텐트를 만드는 한 우리의 미래는 가치불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신용호·권호·강태화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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