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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리운전사 가버려 차량 대피는 음주운전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리운전 기사가 도로 한가운데 차를 놓고 가버린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 차량을 이동시켰다면 음주운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긴급 피난 행위’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수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규일)는 21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송모(4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차가 멈춘 곳은 교차로 직전에 위치해 사고 위험이 높은 지점으로, 피고인이 안전지대까지 10여m 운전한 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과 안전을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의 이동 거리와 경로, 당시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농도 등에 비춰 사고 발생 위험도 적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동승자들도 술에 취했기 때문이 피고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이동시키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고,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려고 도로변으로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 이상 차량을 운전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2013년 11월 고교 동창모임 후 친구 2명과 함께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던 중 성남시 분당구의 한 도로에서 대리기사 A씨와 경로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화가 난 A씨는 교차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고, 송씨도 이에 맞서 차량의 시동을 끄고 A씨에게 내리라고 요구했다.

송씨는 차에서 내린 A씨에게 차량을 안전한 곳까지 이동해 달라고 했지만 A씨는 거절했고, 결국 송씨는 차량을 10여m 직접 운전해 우측 갓길로 이동시켰다. 송씨는 A씨의 112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송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59%로 측정됐다.

1심 재판부는 송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수원=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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