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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했던 런던 퓨전한식점, 정통한식 내니 손님 120%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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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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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동 건강의 날’ 행사에서 비빔밥유랑단 단원이 현지 어린이에게 비빔밥 재료를 설명하고 있다. 2011년부터 해외에서 비빔밥을 홍보하며 ‘건강한 음식’이라는 한식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7월 미국 보건복지부의 감사패도 받았다. [사진 비빔밥유랑단]

주부 한경아(32)씨는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 매니어다. 해외 구매대행으로 이케아 제품을 구입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에 첫 매장을 오픈하자 매달 한 번씩 찾는다. 한씨는 “군더더기 없고 세련된 스웨덴 스타일 제품이 많아 매장에 오는 것만으로도 북유럽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이케아 로고는 세계 어느 곳이든 스웨덴을 연상시킨다. 영국 국가브랜드 자문위원인 사이먼 안홀트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브랜드를 위해 상징적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다. 이케아라는 브랜드 자체가 랜드마크”라고 말했다.

매력 코리아 리포트 <3> 대한민국 브랜드 키우자
저평가된 한국 이미지 높이려면
같은 품질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미국·일본산보다 20,30% 값 손해

 2010년 해외에 진출한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는 6개국에서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2년 영국 런던에 첫 매장을 내고 퓨전한식을 선보였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고심 끝에 이듬해 4월부터 김치찌개·잡채 같은 정통 한식으로 메뉴를 바꿨더니 3개월 만에 고객이 약 120% 늘었다. 지난 5월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2015 밀라노 엑스포에도 임시 매장을 열고 정통 한식을 선보였다. 현지 일간지는 “김치를 먹기 위해 30분간 줄을 설 만한 가치가 있을까? 대답은 예스”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과는 국가브랜드를 향상시킨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해외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사례는 많지 않다. 한국 제품을 낮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해외 21개국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국 제품을 100달러라고 할 때 같은 제품이 일본산이라면 120.8달러, 미국산이라면 131.6달러가 적정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미 하버드대 박사)는 “독일 제품에는 ‘고품질에 완벽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려면 한국만의 특별한 이미지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라면의 대명사다. 1991년 처음 진출했을 때는 연 매출 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때 다른 외국기업이 러시아를 떠나는 중에도 끝까지 잔류한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정과 의리’의 한국 브랜드가 됐다. 이후 매출은 계속 높아져 지난해에는 1억7771만 달러를 기록했고 러시아의 ‘올해의 제품상’도 수상했다. 모스크바국립대 학생 안듈레바 아나스타샤(21)는 “시골 매점에서도 볼 수 있는 도시락은 한국을 친근한 나라로 느끼게 한다”고 했다.

 2011년 4월부터 5년째 해외에 비빔밥을 홍보하고 있는 민간단체 비빔밥유랑단은 지금까지 30개국을 다니며 약 5만 그릇의 비빔밥을 전달했다. 이들은 기업이나 학교 행사 등에 참여해 비빔밥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강상균 단장은 “5년간 홍보를 하면서 단지 한국 전통음식을 먹어보자는 차원이 아니라 ‘건강 음식’이란 이미지를 부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7월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 주도하는 건강 캠페인인 ‘렛츠 무브’의 공식 단체로 인정받았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국가브랜드는 민관의 협력이 중요하다. 민간 기업이나 단체가 국가브랜드 개선 활동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민관 협력으로 국가브랜드를 관리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기술을 결합한 국가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2005년 ‘신일본양식협의회’를 발족했다. 민간기업과 단체가 참여해 국가를 대표할 100가지 제품과 콘텐트를 선정하고 개발과 해외홍보까지 지원해 성공을 거뒀다.

중앙일보·경희대 공동 기획
◆특별취재팀=윤석만·조민근·조현숙·남윤서·노진호·정종훈·백민경 기자, 김다혜(고려대 영문학과)·김정희(고려대 사학과)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경희대 연구팀=정진영(부총장)·정종필(미래문명원장)·지은림(교육대학원장)·김중백(사회학)·이문재(후마니타스칼리지)·이택광(문화평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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