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에 오히려 첨가물 더 많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배지영 기자의 식품 X파일]

홍삼, 칼슘, 종합비타민 등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 상당수에 착향료, 유화제 등 각종 화학합성첨가물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일부 제품에는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기준’으로 사용이 금지된 성분도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을 표방한 281개 제품 중 81%가 이런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맛과 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과일․초콜릿․바닐라 향을 쓴다는 겁니다. 또 물과 기름 성분을 잘 섞는 유화제로 식감을 좋게 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스테아린산마그네슘(144개 제품), 이산화규소(138개 제품),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55개 제품), 폴리소르베이트(5개 제품) 등의 합성첨가제 성분도 상당수 어린이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합성첨가제는 알레르기유발, 면역력약화, 장기손상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소비자들의 웰빙 요구에 따라 화학첨가제를 아예 넣지 않거나 천연물질로 대체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실제 김용익 의원실이 어른용 건강기능식품과 어린이용을 비교한 결과, 어른용에 오히려 착향료 등 합성첨가제 사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49개 제품에서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기준’에 사용이 금지된 ‘프로피온산(보존제)’ 계열 성분이 함유된 것입니다. 프로피온산은 보존제(방부제)로 사용되는데, 합성착향료에 이 성분이 섞여 있어 합성착향료를 사용할 때 함께 첨가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어린이용’을 별도로 심사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원료의 '기능성'에 대해서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심사․허가를 받고 허가된 원료로 '제품'을 만들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지자체에 간단한 신고서만 작성하면 손쉽게 제조가 가능하고 건강기능식품 제조 업소는 GMP의무화도 아니기 때문에 첨가제 사용은 물론 기본적인 품질 관리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합성첨가제도 사용 범위 내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것이 곧 건강하다는 것의 의미는 아닐겁니다.

매연도 소량 맡으면 건강에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건강에 유익하지 않아 될 수 있는대로 적게 노출되는 게 좋은 것과 같은 이치일겁니다.

건강기능식품은 특히 일반식품과 달리 몸에 좋으라고 따로 챙겨 먹는 식품입니다. 합성첨가제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위협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이용을 표방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합성첨가제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어린이 기호식품처럼 별도의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기기사]

·의사-한의사 사이서 줄타기하는 정진엽…논란 재점화 [2015/09/14] 
·[9월14일] 외인·기관 공매도에 코스닥·바이오株 하락 [2015/09/14] 
·병원 '87점'· 의사 '91점'…환자가 직접 평가한다 [2015/09/14] 
·병 고치려고 먹는 약이 '영양소 도둑'이라니 [2015/09/14] 
·"2018년 평창 올림픽 성공, 열쇠는 영상의학" [2015/09/14]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