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라고 무조건 해고 못해 … 대법 “재기 기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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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고용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번 합의문에 따라 근로시간, 임금체계, 비정규직 처우,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 산업재해보상, 원·하청 구조, 직업능력개발, 청년고용 등 고용시장에 적용되는 모든 사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용시장 개혁 종합판이다. 이번 합의가 이행되면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어떤 변화가 오는지 질의응답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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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나.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정규근로 40시간에다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합해서다. 주5일 근무로 가정하면 하루 13시간이 넘고, 토요일에 근무를 한다(주6일)고 쳐도 하루 11시간 일한다는 얘기다. 이게 52시간으로 24%, 16시간 줄어든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감소할 수 있다.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는 기업 입장에선 신규 인력을 채용해 부족한 근로시간을 메워야 한다. 일자리가 늘 수밖에 없다. 또 초과근로를 한 뒤에는 이를 모아놨다 한꺼번에 휴가로 소진해도 된다. 선진국처럼 한 달짜리 휴가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 임금체계가 내년부터 바뀌나.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다만 생산성이나 능력, 성과와 관계없이 매년 임금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현재의 호봉형 임금체계는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역할의 무게와 업무성격과 강도, 생산성, 성과 등을 따져 월급이 지급되는 선진국형 임금체계가 확산된다. 그렇다고 기업이 총인건비를 줄여선 안 된다. 임금체계를 개편한다는 구실로 총인건비를 삭감하는 꼼수를 부리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 성과형 임금체계가 되면 근로시간이나 장소를 근로자가 정할 수도 있나.

 “가능하다. 노사 합의만 된다면 집에서 일해도 된다. 업무만 부여하되 나머지는 근로자가 알아서 하는 셈이다. 이게 재량근로제인데, 대폭 확대된다. 또 일거리가 많을 때는 오래 일하고, 없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탄력근로제도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휴가철과 같은 비수기에는 휴가를 더 길게 즐기면서 임금은 평상시와 같은 액수를 받는다.”

 - 계약직(기간제)이나 파견근로자와 같은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나.

 “좋아질 전망이다. 노사정 간에 추가 협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정부 안에 따르면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고용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다만 35세 이상 근로자가 원할 경우로 한정된다. 또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하면 임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배상을 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또 비정규직은 3개월만 근무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1년 이상 일해야 한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1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걸 막기 위해 재계약은 2년에 세 차례로 제한한다.”

 - 실업급여가 늘어난다는데.

 “현행 평균임금의 50%이던 실업급여액이 60%로 오른다. 수급기간도 현행 90~240일이 120~270일로 30일 늘어난다. 대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정부가 알선하는 직장을 거부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수급 대상에서 퇴출될 수 있다. 혜택에 따른 책임 강화다.”

 - 출퇴근길에 사고 땐 산재보험으로 처리되나.

 “지금까지는 회사가 제공하는 통근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만 산재처리가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 저성과자는 앞으로 해고 위험에 처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대법원은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왔다. 저성과자라고 무작정 해고하면 부당해고로 본다. 대법원은 저성과자에게 반드시 재기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 개인이 회사에 해를 끼치거나 비위행위를 저지르는 등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명확할 때만 저성과자 해고를 정당해고로 받아들인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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