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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궁’ 비리 수사받던 연구원 투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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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방위사업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LIG넥스원 선임연구원 김모(43)씨가 1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부터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의자·참고인은 현재 확인된 인원만 김씨를 포함해 81명이다.

 14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과 화성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이날 오전 2시45분쯤 경기도 오산에 있는 아파트 1층에서 발견됐다. 김씨는 이 아파트 23층에 살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의 납품 비리로 합수단 조사를 받아 왔다. 투신 전 부인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미안하다. 한때 실수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합수단은 ‘현궁’의 시제품 개발 과정에서 납품 문건들이 조작된 정황을 잡고 지난달 25일 개발을 주도했던 국방과학연구소와 납품업체인 LIG넥스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지난달 25일과 26일,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날도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합수단은 LIG넥스원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환 조사를 벌여 왔다.

 합수단 관계자는 “대단히 안타깝고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과정에 변호인이 모두 참여했으며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새정치민주연합) 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피의자 또는 참고인은 79명이었다. 지난해에만 21명이 자살했고 올 들어 6월까지 15명이 목숨을 끊었다. 지난 7월에는 사기 대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업체 대표와 사실혼 관계였던 A씨(여)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자살하기도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사람 살리는 수사를 하라”고 강조하며 ‘피의자 수사 관련 업무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하지만 수사를 받다 자살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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