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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차별화 … 30조 중국시장은 K뷰티의 앞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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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커(중국 관광객)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고 있다. 수년 전 이렇게 팔려나간 한국화장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K뷰티’ 열풍을 만들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20일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모레퍼시픽을 ‘100대 혁신기업’ 중 28위로 선정했다. 세계 4위 화장품 기업인 미국의 에스티로더(84위)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포브스는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가 됐나’라는 별도 기사를 이례적으로 게재했다.

 창사 70년 만에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게 된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Korean beauty)’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방 직후인 1945년 설립된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화학공업사)은 먹을 것도 부족했던 시절에 ‘품질제일주의’라는 원칙을 만들고, 지켰다. 특히 세계 최초의 한방 화장품, 세계 최초의 녹차성분 화장품 등 서구와 구분되는 아시아의 미(美)를 발굴하고 확산시켰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30억 아시아인이 가진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창조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K뷰티는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노력과 2000년대 이후의 문화 한류가 맞물리면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 여성 사이에선 이미 한국식 화장법이 가장 세련되고, 한국 화장품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자리잡혔다. 중국 화장품 수입에서 한국 화장품 비중이 20%까지 상승한 게 이를 방증한다. 2011년 40%이상을 차지했던 프랑스와 일본 화장품 점유율을 우리가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2011년 3조원 수준이었던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2014년 4조7119억원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6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났다. 특히 해외 매출은 2011년 3272억원에서 지난해 8325억원으로 뛰었는데 중국 매출이 4673억원으로 해외 실적을 이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6년 중국에 선보인 한방 화장품 ‘후’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이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이 43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성장세다. 우리나라 전통 토기 항아리와 봉황 등 전통미를 살린 용기 디자인이 중국 소득 상위 소비층에게 어필했다는 분석이다.

 중저가의 일명 ‘로드샵 브랜드’들도 활약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중국에서 복을 상징하는 복숭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나무 모양 등의 독특한 용기 마케팅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엔 중국에서 분유 파동 이후 프리미엄 유제품으로 여겨지는 산양유를 활용한 화장품을 내놨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미세먼지 등 중국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해 자연주의를 내세워 인기를 모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베라 수딩젤은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온라인 마켓 ‘T몰’에서 하루에 10만 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비단 중국 뿐만이 아니다. K뷰티는 화장품 선진국인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세를 넓히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는데 ‘한국식 물광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몰린 뉴요커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는 아예 한국형 마스크팩 PB(자체 브랜드)상품을 내놨다. 일명 ‘짝퉁’이다.

 프랑스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로 꼽히는 봉 마쉐 백화점에도 최근 한국 화장품 제조사인 제이씨피플의 마스크팩 ‘웬(when)’ 매장이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K뷰티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최소 30조원 이상 규모인 중국 화장품 시장이 계속 커지는데다 한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관리’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의 전반적인 기술력은 프랑스·일본의 80~90% 정도지만 한방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다만 화장품은 이미지와 브랜드 기반 산업인데 자칫 원가 절감 등으로 인해 제품에 하자가 생길 경우 하루 아침에 쇠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내수 진작 정책에 따라 해외 브랜드 론칭을 규제하고 있는 것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글=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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