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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창타이와 세계 경제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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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기자 중앙일보 화백
[일러스트=박용석]
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는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게 된다.” 최근 어느 외신 칼럼니스트의 거대 중국 경제의 영향력에 대한 재치 있는 은유(隱喩)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속에서 중국 경제의 비중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으며 실제 환율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전 세계 GDP의 15% 수준(미국은 약 2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는 1970년대 말부터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에 힘입어 지난 30년 넘게 연평균 10%에 달하는 고속 성장을 이룬 결과다.

 이렇게 덩치가 커진 중국 경제의 향방이 세계 경제에 미치게 될 파장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 2007~2008년 미국발 금융·경제위기 이후 중국은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 전 세계 경제성장에 매년 평균 25%를 기여한 세계 경제성장의 주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중국 경제가 지난해는 7.4% 성장에 그쳤고 올해는 7%대 성장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을 6.8%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유념해야 할 사실은 현재 중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발전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신창타이(新常態) 혹은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제13차 5개년 계획 기간(2016~2020년) 연평균 6.5~7%의 감속 성장을 내다보는 데도 반영돼 있다.

 물론 이러한 신창타이가 지속되려면 그동안 심화돼 온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 투자와 소비의 불균형,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간 괴리, 지역 및 도농 간 개발과 소득격차, 정부의 금융 부문 억압에 따른 부실채권 축적과 자원 배분의 왜곡, 환경 파괴와 지속성장 기반의 약화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제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분야별 구조조정 노력은 이미 일부 추진되고 있으나 그 성패가 중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어쨌든 이러한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로의 전환이 세계 경제에 미치게 될 파장은 무척 클 것이 분명하다. 우선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 내지 원유 소비국으로서 중국의 감속 성장과 제조업 및 서비스산업의 재균형 등 구조조정에 따라 세계 주요 원자재·원유 수출국에 가격 하락과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 평가절하, 자본 유출을 통해 일차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남미의 브라질과 칠레에서부터 러시아와 남아프리카에 이르는 원유·원자재 수출국들이 그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제조·가공공장으로서 중국 경제의 대내외 재균형 혹은 수출과 내수의 재균형은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중국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국에도 상당히 큰 파장을 미치게 될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세계인의 관심사는 과연 중국 경제가 소위 경(硬)착륙을 피하고 신창타이로의 연(軟)착륙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중국 경제의 갑작스러운 추락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무엇보다 현재 중국은 위기에 대응해 활용할 수 있는 재정·금융·외환 정책 여력이 여타 주요국에 비해 클 뿐 아니라 중국 정책 당국의 위기 대응 능력 또한 상당한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이러한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나아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우선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 중산층의 서비스 수요와 중국 내수시장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이런 측면에서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의 조속한 처리가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현재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우리 수출(거의 25%)의 지역 포트폴리오의 재균형을 위한 전략적 노력도 펼쳐야 한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세계 금융·외환시장은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와 올 9월은 아니더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 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조정과 등락이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대내외에 공표하고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을 이른 시일 내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우리의 환란(換亂) 직전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부산하게 추진했던 우리 정부의 금융개혁 실패의 우(愚)를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일러스트=박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