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컴퓨터 기반 정교한 절삭 … 수술 후 5~7일부터 목발 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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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절전문병원이 세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휜 다리(O자형) 교정술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로봇 인공관절 수술 시대를 연 이춘택병원이다. 이춘택병원은 최근 “지난달 21일 왼쪽 다리가 휜 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68·여)에게 로봇을 이용한 휜 다리 교정술을 시행해 현재 재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휜 다리 교정술은 무릎 안쪽으로 굽은 휜 다리를 일자형으로 곧게 펴주는 수술이다. 무릎 아래 경골 안쪽 뼈를 자른 뒤 수술기구를 이용해 필요한 각도만큼 벌려 다리 축을 일자로 맞춘다. 그리고 공간에 인공 뼈를 채워 금속판과 나사로 고정한다.

다리가 O자형으로 휘면 체중의 60% 이상이 무릎 안쪽으로 쏠려 연골이 빨리 닳고, 퇴행성관절염도 일찍 나타난다. 따라서 휜 다리 교정술은 초·중기 관절염을 예방하거나 악화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신의 관절을 보존한 채 뼈의 세로축을 반듯하게 교정해 무릎 안쪽에만 집중됐던 체중을 무릎 전체로 고루 분산하는 것이다.

휜 다리 교정술의 핵심은 뼈를 얼마나 정교하게 자르고 최적의 각도를 맞추느냐다. 기존엔 의사가 직접 뼈를 자르고 교정각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의사의 경력과 능력에 따라 수술 성적에 차이가 났다. 의도하지 않은 관절 내 골절이나 혈관 손상, 교정각의 미세한 틀어짐 등 합병증과 부작용도 있었다. 특히 X선 촬영 결과만 갖고 수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최적의 교정각에서 벗어나 경골 골절이나 신경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도 있었다.

로봇 휜 다리 교정술은 모든 과정이 컴퓨터 기반으로 이뤄진다. 먼저 사전에 찍은 3차원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해 환자 다리와 무릎뼈 모양을 컴퓨터에 입력한다. 그러면 컴퓨터가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절골 위치를 찾아주고, 가장 알맞은 교정각을 제공한다. 환자 맞춤형 절삭 경로도 제시한다. 이 데이터를 로봇에 입력한 뒤 실제 환자의 뼈 위치와 컴퓨터에 입력된 뼈 위치를 동기화시키는 정합 과정을 거치면 로봇 팔이 한치의 오차 없이 뼈를 정확히 깎고 교정각을 맞춘다. 이후에 환자에게 맞는 금속판과 나사를 이용해 견고하게 고정하면 수술은 끝난다.

이춘택 원장은 “로봇 휜 다리 교정술은 정확한 진단과 수술로 기존 교정술의 부작용 위험을 크게 줄인 치료법”이라며 “수술 후 5~7일부터 보조기 착용 후 목발 보행이 가능하고 2주면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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