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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서 한국제품 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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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회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 칠레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칠레와 FTA를 맺은 국가들이 무관세를 무기로 칠레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자동차 등 국산 제품들은 관세를 꼬박꼬박 무는 바람에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산티아고 무역관에 따르면 한국이 올 1~4월 중 칠레에 수출한 자동차는 5천54대(8천9백20만달러)로 일본(1만1천2백62대).아르헨티나(5천8백11대).브라질(5천6백10대).프랑스(5천77대)에 이어 시장점유율 5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일본에 이어 2위였으나 1년 만에 세단계나 미끄러진 것이다.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이 급락한 것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지난해 10월부터 칠레와 무관세협정을 시행한 데다 올 2월에는 칠레.유럽연합(EU)간 FTA가 발효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산티아고지점 관계자는 "관세를 한푼도 물지 않는 업체와 7%를 무는 업체는 경쟁이 안된다"며 "한.칠레 간 FTA가 하루빨리 시행되지 않는다면 칠레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산티아고 무역관 관계자는 "칠레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의 경우 브라질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어 자동차보다 타격이 심하지 않으나 에틸렌과 폴리에스터 등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섭 외교통상부 다자통상협력과장은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 앞으로 10년 후 대(對)칠레 수출은 한해 6억달러가 늘고 수입은 2억달러가 늘어 4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칠레 FTA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가 향후 10년간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보다 많은 8천4백억원을 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 2일 FTA 비준안과 FTA 특별법안(한.칠레 FTA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에 대한 지원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으나 농민들이 반발하자 민주당이 지난 11일 입장을 번복해 상정이 연기됐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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