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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몰카 찍었다” 경찰에 털어놓은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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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워터파크 샤워실과 탈의실에서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20대 여성이 고향집에 은신하던 중 “아버지에게 맞았다”며 파출소에 신고하러 나왔다가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여성의 아버지가 경찰 조사를 받다가 “내 딸이 몰카 촬영자”라고 털어놓으면서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26일 성폭력범죄처벌 등 특례법 위반 혐의로 최모(27·여)씨를 전남 곡성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7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 경기·강원 지역의 대형 워터파크 세 곳과 서울의 한 야외수영장 등 네 곳의 여자 샤워실과 탈의실을 몰래 촬영한 혐의다. 최씨가 찍은 동영상은 3시간5분 분량이나 된다.

 경찰은 지난해 7~8월 동영상이 찍힌 네 곳의 입장권 결제 기록과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 최씨가 네 곳 모두 다녀간 사실을 확인하고 최씨를 추적해 왔다. 동영상에 잠시 찍힌 촬영자 모습도 최씨와 일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에서 유흥업소에 다니다 최근 그만둔 최씨는 지난 18일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고향인 곡성으로 내려가 아버지 집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아버지와 다투면서 결국 꼬리가 잡혔다. 몰카 촬영자가 딸이라는 사실을 친척에게 전해들은 최씨 아버지가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최씨를 때렸고, 이에 격분한 최씨는 아버지를 가정폭력범이라며 112에 신고했다.

 이후 인근 파출소에서 폭행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된 최씨 아버지는 ‘왜 때렸느냐’는 질문에 “몰카를 촬영하면 어떤 처벌을 받느냐”고 되물은 뒤 “아무래도 내 딸이 워터파크 몰카 촬영자 같다”고 말했다. 당시 용인동부경찰서 전담수사팀은 이날 최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한 뒤 곡성에 내려와 최씨를 밀착감시하며 영장이 발부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최씨 아버지의 진술이 나오자 최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폭행 피해자 진술을 마치고 나오는 최씨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한국인 남성이 ‘몰카 한 건당 1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며 “당시 생활비가 부족해 몰카를 찍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씨는 휴대전화 케이스 형태의 49만원짜리 대만제 몰카를 이 남성에게서 건네받은 뒤 촬영에 나섰으며, 30만~60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총 130만원을 받고 동영상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된 동영상은 지난 10일 미국에 서버를 둔 불법 성인사이트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뒤 급격히 확산됐다. 경찰은 이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내역 등을 바탕으로 남성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또 보강수사를 거친 뒤 27일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용인=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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