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취임 후 외국 못 나가봐” … 최고 존엄 실상도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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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공기부양정 10여 척 남포 해상 전진 배치 북한군이 준전시상태 선포 이후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던 공기부양정 10여 척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 남포 해상으로 전진 배치했다고 24일 우리 군 관계자가 밝혔다. 사진은 2013년 3월 인민군 부대가 공기부양정 등을 동원해 상륙 훈련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노동신문]
남북 간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이 문제 삼고 있는 대북 확성기. 남측은 목함지뢰 도발 사태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사진 국방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는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이다. 김정은 체제를 뒤흔들 만큼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 대표단은 이번 협상에서 대북 방송 중단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 대북 방송의 위력에 대해 전방에서 대북심리전을 담당했던 한 예비역 장교는 이렇게 회고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대북 확성기로 방송되면 전방의 북한군들이 황급하게 빨래를 거둬들이는 게 관측되곤 했다.” 북한군과 주민들이 남측이 제공하는 정보를 그냥 흘려듣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대북 확성기 방송은 포격사건을 부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측에선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4일 “북한을 막무가내 식으로 비난하는 자극적인 내용은 오히려 체제 결속이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요즘엔 남한의 풍요롭고 자유스러운 문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주로 내보낸다”고 했다.

 군에 따르면 대북 방송은 크게 네 가지다.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 사회 실상 공개 등이다. 이 중 핵심은 북한 사회의 실상을 전달하는 것이다. 외부 세계는 알지만 북한 주민이나 군인들이 모르는 북한 소식이다. 최근 군이 내보낸 대북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을 세 번째 방문하지만 김정은은 취임 후 한 번도 외국 방문을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대내적으로 전지전능한 것처럼 칭송받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대북 방송에서 김정은의 직책은 생략한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자유의 소리’로 명명된 심리전 FM 방송”이라며 “현재 군은 최전방 부대 11곳에서 방송 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방송 시간은 하루 8시간”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대북 방송은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내보내 젊은 북한군의 마음을 파고드는 전략도 펴고 있다.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이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을 담지 않은 남한의 신세대 노래들은 혈기왕성한 북한군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이라며 “충성과 복종 등을 주제로 한 북한 가요와 달리 남한 가요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류를 접해본 경험이 있는 신세대 군인들에게 더욱 호소력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이 대북 방송을 극도로 민감해하는 이유다.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야 하는데 민감한 정보와 서구 문화가 유입될 경우 내부 결속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탈북자 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에 적개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북 전단에는 주로 주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북한 고위층의 문란한 사생활을 고스란히 공개한다.

최익재·정용수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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