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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의 자연식 여행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자연스러움이 더욱 도드라지는 시대다. 자연 치유 전문가로 돌아온 배우 문숙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녀와 함께 보낸 1박 2일.

나는 늙었다, 고로 아름답다

문숙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길쭉길쭉한 몸매는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 여성들이 선망하는 외모임에 분명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그녀도, 그녀의 팬들도 나이를 먹었고, 젊음은 시간 너머로 떠나갔다. 미국에서 화가로, 사업가로, 최근에는 요가 강사로 활약하는 그녀가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5월, 현대 블룸비스타와 원월드 아카데미 코리아가 주최한 ‘자연 여행’에서 그녀는 1박 2일 동안 자연식과 요가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화장기 없는 피부에는 주름이 지고 검버섯이 피었다. 염색하지 않은 성성한 머리채를 한데 단정히 묶었다. 그리고 헐거운 마 바지에 검정 고무신 차림. 그럼에도 그녀는 아름답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문숙의 스타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반가워했다고.

“획기적으로 좋아해주었어요(웃음). 트렌드가 돌고 돌아 이제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다행이죠.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새로워서, 최신 트렌드여서가 아니에요. 기억 어딘가에 있던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친숙하고 반가운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그녀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긴 머리를 곱게 빗어 단정하게 쪽을 진 모습, 꽃이 피어나듯 피부를 수놓은 검버섯….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아름다움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인생에는 흐름이 있죠. 젊을 때가 있으면 늙는 때가 있고, 강할 때가 있으면 약할 때가 있어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에요. 싸우는 순간 늙는 일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비참해져요. 쉴 새 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때 되면 염색도 해야 하고, 피부 시술도 받고요. 시간을 거스르려는 욕망을 놓으면 금세 자유로워져요.”

1 각종 견과류와 리코타 치즈를 얹었다. 문숙의 자연식 강의를 듣고 맛보았던 봄파머스의 샐러드. 2 그녀가 집에서도 직접 길러 먹는다는 채소들.

나를 알아가는 시간, 요가

그녀 또한 젊은 시절에는 둘째가라며 서러워할 트렌드 세터였다. 밀라노, 뉴욕 등지를 돌아다니며 최신 유행을 좇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여러 사업을 하며 화려하고 바쁘게 사는 동안 아주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어요. 대개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 사이에 알람이 켜지는 것 같아요. 그 시기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질이 달라지죠.”

걷잡을 수 없는 두통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는 날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뿌옇게 앞이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더 이상 없다고 했다. 어느 날 그녀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모두 포기하고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묵언 명상 수련을 떠났다. 하루 두 끼, 간단한 채식으로 끼니를 대신했고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산속에서 순수한 자연인으로 변해갔다. 매일 열네 시간씩 요가와 명상 수련으로 자신을 파고들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 몸은 뻣뻣하고 뒤틀린 나뭇가지와 다를 바가 없었어요. 아주 간단한 동작도 따라 하지 못할 정도였죠.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내 몸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난 20년간 요가를 해온 그녀는 요가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치유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살을 빼거나 건강해지고자 시작했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정신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진행한 요가 수업에서 그녀는 참가자들이 차분히 호흡하며 대지와 교감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훈훈한 열기가 공간을 채우고, 숨소리가 가지런해졌다. 내 몸을 알아가는 시간만큼 세상에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다

요가 수업이 끝난 후 한결 몸이 가벼워진 사람들이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녀의 자연 치유식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예전보다 드물어졌다. 약과 병원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들여다보아야만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 시작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약이든 보양식이든 무언가를 더 먹어서 고치는 것보다 내 몸에 해가 되는 것을 덜 먹고 고치는 것이 나아요. 이미 서양에서는 매크로바이오틱 건강법 등 바른 식생활이 주목받고 있죠.”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은 우리의 몸과 환경은 결국 하나라는 노자의 자연 사상과 음양 원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식품을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해야 식품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리 몸은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음식도 마찬가지죠. 한여름의 햇빛, 시원한 장마의 기억을 간직한 현미 한 줌, 시간과 정성의 세례를 받은 발효 식품들…. 우리는 그 음식의 기억을 먹는 거예요.”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메모리가 없는 음식’이란 혀를 자극시키는 데 골몰한 가공식품 같은 것들이다. 즉, 단순히 자극적인 맛이나 식탐에 의한 식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음식이 간직한 기억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인위적으로 조합해서 만들어진 식품이나 이미 조리 가공하여 포장이 되어 있는 식품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전통 방식의 식생활이 얼마나 우리 몸에 좋은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영어 속담에 ‘당신이 먹는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표현이 있어요.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얘기죠. 신선하고 향기 나는 것을 먹는 사람은 맑은 기운이 돌고 지혜로움이 흘러나온답니다.” 그녀의 마른 몸에서는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에너지가 넘쳤고, 목소리는 맑고 곧았다. 눈빛은 형형했으며 잘 웃었다. 문숙이 이야기하는 음식, 요가, 명상에 대해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몸이 그 효과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리라.

1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랜 기간 요가를 가르치면서 음식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는 문숙.

2 청보리를 갈아 만든 디톡스 주스. 제철 식재료를 섭취하는 것은 어떤 약보다 몸에 좋다.

3 수십 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문숙은 자연 치유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4 자이요가 대표이자 OWA 코리아 트레이너인 민진희 대표와 소통 테이너로 유명한 개그맨 오종철.

5 봄파머스가든에서 열린 ‘자연 여행’에서 건강 치유식에 대해 강의하는 문숙.

6 모닝 요가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자연과 연결하는 여행

현대 블룸비스타(Bloomvista)와 원월드 아카데미(OWA) 코리아가 주최하는 ‘자연 여행’ 프로그램이 경기도 양평 블룸비스타 및 봄파머스가든에서 매달 개최되고 있다. 1박 2일간 열리는 이 힐링 캠프에서는 ‘건강’ ‘마음’ ‘재미’ ‘치유’ 등 각기 다른 네 가지 테마를 체험할 수 있다. 자이요가 대표이자 OWA 코리아 트레이너인 민진희의 마음 여행, 소통 테이너로 유명한 개그맨 오종철이 민 대표와 공동으로 선보이는 공감 토크쇼, 문숙의 요가 및 자연 건강식 강의까지 남한강과 백병산 등 자연을 배경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문의 원월드 아카데미(OWA) 코리아(02-545-0390)

기획 여성중앙 조유미,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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