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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일 제치고 … 중동 최대 정유공장 따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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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30일 국내 5개 건설회사에 똑같은 e메일이 동시에 배달됐다. 대우·현대·SK·한화건설과 현대중공업이었다. 발신자는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 e메일을 열어 본 각 건설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하루 61만5000배럴(서울시민이 4일 쓸 수 있는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NRP) 건설공사 낙찰통지서였기 때문이다. 완공되면 중동·아프리카 최대 정유공장이 된다. 수주금액만 총 53억1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했다. 대우건설 김상렬 해외영업담당 상무는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은 물론 미국·일본 업체와 입찰 경쟁을 벌여 총 5개 공사구간 중 4개 구간을 국내 5개 건설사가 따냈다”며 “국내 건설사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쾌거였다”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출발한 한국 건설산업이 ‘기술 수출’로 글로벌 대역사(大役事)를 일구고 있다.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올해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0년대 초 1~2%에 불과했던 해외 건설 시장점유율도 7.8%(미국 ENR지 조사)로 뛰었다. 이 기간 세계 10위권 밖이었던 해외 건설 수주 순위도 이탈리아·일본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건설업은 그동안 ‘산업화의 맏형’ 역할도 해 왔다.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달러 박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엔 해외에서 660억 달러를 수주하며 반도체·조선·철강 수출액을 앞질렀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중동과 플랜트(산업설비)에 편중된 수주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수주 지역을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신시장으로 넓히면서 기획·설계·엔지니어링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보폭을 넓혀야 한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정책지원본부장은 “중국·인도 같은 후발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단순한 시공에서 탈피해 사업을 고도화·다각화해야 한다”며 “초고층빌딩·신도시 건설 같은 도시개발 분야와 해저터널·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공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구희령·황의영·한진·김기환·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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