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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장엄한 하얀 병풍 … 저절로 ‘요를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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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는 사실 ‘알프스의 나라’다. 만년설과 빙하, 아름다운 호수 마을까지 알프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풍경이 오스트리아에 집약돼 있다. 사진은 하이킹 코스로 인기 있는 다흐슈타인(2885m)산.

알프스는 봉우리가 아니다. 유럽을 동서로 관통하는 산맥의 이름이다. 길이만 1200㎞에 달하고, 면적은 19만959㎢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산줄기다. 그렇다면, 알프스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어딜까. 알프스 하면 스위스부터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정답은 오스트리아다. 알프스의 28.7%가 오스트리아 땅에 속한다. 오스트리아 알프스는 이탈리아(27.2%), 프랑스(21.4%)보다 크고 스위스(13.2%)보다는 갑절 이상 넓다.

오스트리아 면적은 8만3000㎢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작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지다. 아니, 알프스다. 오스트리아처럼 알프스에 발을 걸치고 있는 나라는 모두 8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 줄기는 모나코·리히텐슈타인·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이탈리아를 지나 슬로베니아에 와서야 끝이 난다. 알프스산맥 중간에 바로 오스트리아가 들어가 있다. 음악의 나라로만 아는 오스트리아가 사실은 ‘알프스의 중심’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오스트리아 알프스가 어째서인지 ‘무명’에 가깝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이미지가 희미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오스트리아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 스위스에 ‘알프스의 나라’라는 인상이 강력하게 덧씌워진 까닭이다. 또 오스트리아에는 좀처럼 내세울 만한 1등이 없다. 알프스 최고봉은 프랑스 몽블랑(4807m)이고, 알프스 최대 빙하(알레치 빙하),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융프라우요흐, 3454m) 기록 모두 스위스가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비운이라면 비운이다.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 던들을 입은 소녀들.

지난달 week&은 1주일 동안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누비고 다녔다. ‘최대’나 ‘최고(最高)’라는 왕관만 없을 뿐, 알프스는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행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여행자에게도 오스트리아 알프스는 행운이었다. 알프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풍경을 오스트리아에서 만났다. 아직 단체 여행객에게 점령되지 않은 여행지여서 여행하는 기분도 제대로 났다.

오스트리아 최대 국립공원 호헤 타우에른(Hohe tauern) 국립공원에서는 해발 3000m 이상 고봉 266개가 빚어내는 스카이 라인을 감상했고, 오스트리아 최대 빙하지대 파스테르체(Pasterze)에서는 짜릿한 빙하 트레킹을 만끽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수 마을 할슈타트(Hallstatt)를 둘러본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알프스는 관광객만을 위한 여행지는 아닙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의 터전이고 휴식처죠. 이곳 사람처럼 진득하게 자연을 마주할 때 오스트리아의 매력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페트라 스톨바(54) 오스트리아관광청장의 말 그대로였다. 오스트리아 알프스는 입이 떡 벌어지고 인간이 왜소하게 느껴질 만큼 무시무시한 절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자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자의 마음을 매만졌다. 어쩌면 가장 유명한 알프스가 아니라는 것이,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가 적다는 것이, 그리고 오래도록 머물게 만드는 것이 오스트리아 알프스가 지닌 진짜 매력인지도 몰랐다. ‘관광지’로 변하지 않은 수수한 알프스의 모습을 오스트리아에서 보고 돌아왔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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